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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국 기술기업에 칼 빼든 中…미중 新냉전, ‘안보·자본 전쟁’으로 확전하나
中 당국,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등 기술기업 4곳 안보 조사 착수
조사 대상 기업 모두 최근 美 증시 상장
中 전문가 “미국이 중국 기업 데이터 악용해 공격 나설 수도”
중국판 우버라 불리는 차량 호출업체 디디추싱 앱의 모습.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이 미 증시에 상장한지 이틀 만인 지난 2일 안보 조사에 착수한데 이어 지난 4일에는 앱 스토어를 상대로 디디추싱 앱을 제거할 것을 명령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디디는 좋든 나쁘든 ‘미중(美中) 전쟁’의 중심에 있다.”(뉴욕타임스)

중국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자국 기업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첫 시작은 중국판 우버(Uber)로 불리는 디디추싱(滴滴出行)에 대한 안보 조사가 진행됐고, 이어 온라인에 기반을 둔 윈만만(運滿滿), 훠처방(貨車幇), BOSS즈핀(直聘) 등의 기술기업이 그 타깃이 됐다.

중국 정부가 밝힌 조사의 명분은 ‘인터넷·데이터 안보 수호’다. 다만 최근 중국 당국의 규제망에 오른 기업이 모두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한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마찬가지로 ‘안보’를 이유로 잇따라 대중 제재를 취해 온 미국에 대한 맞대응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 전문가와 외신 등의 해석이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시절 양국 간 무역 전쟁이 촉발한 ‘신(新) 냉전’이 기술 부문에 이어 기업을 앞세운 안보 부문과 자본 시장으로까지 확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일 스마트폰 앱 마켓들을 상대로 차량 호출업체 디디추싱 앱을 제거할 것을 명령했다.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이 디디추싱에 대한 안보 조사 개시를 선언한 뒤 이틀 만이자, 디디추싱이 미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지 불과 나흘 만이다.

이어 이튿날 인터넷정보판공실은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인 BOSS즈핀과 화물차량 기반의 운송 연결 플랫폼인 윈만만, 훠처방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심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BOSS즈핀은 지난 5월 나스닥에, 윈만만과 훠처방을 운영하는 만바그룹은 지난 6월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이들 기업에 대해 중국 정부는 ‘국가 안보’와 관련, 미 증시에 상장 과정에서 미국 측에 중국 고객의 개인 정보와 지리 정보 등 각종 민감한 자료들이 유출되는 것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중국은 미중 갈등이 본격화한 이후 자국의 기술기업들이 홍콩이나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선호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중국이 디디추싱의 뉴욕증시 상장 몇 주 전에 기업공개 연기를 제안한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전문가도 미국이 자국 인터넷 기업의 정보를 악용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내비쳤다. 둥샤오펑 런민대 중앙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데이터 이전에 대한 미국 당국의 ‘압박’이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중국 기술기업의) 정보와 데이터를 이용해 중국의 주요 부처나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가하거나, 그 대가로 경제적 및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최근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술기업이 미중 양국 간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왔다. 미국 역시 이달 들어서만 투자나 기술 거래를 금지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대상 기업을 30여개 늘리는 등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의 끈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웨드부시증권의 대니얼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NYT와의 인터뷰에서 “디디추싱은 성공적으로 상장했지만, 미중 간 계속되는 긴장 때문에 투자자로부터 이례적인 조사를 받을 수 있다”면서 “미중 갈등과 안보와 관련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입증해야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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