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신설 학교·학과, 낯선 길과 인연...‘길을 여는 인생’을 살아왔죠” [피플 & 스토리-최기주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前위원장]
최기주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2019년 3월 출범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 초대 위원장에 취임해 2년2개월간 대광위의 토대를 만들었다. 그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학계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대광위 위원장을 경험한 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박해묵 기자

2019년 초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 출범을 앞두고 초대 위원장(차관급) 자리에 누가 오를 지를 두고 세간의 관심이 컸다. 대광위는 5개 대도시권 광역교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자리. 이때문에 국토부 출신 공직자를 비롯해 학계 전문가 등 여러 인물이 물망에 올랐지만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수차례 논의 끝에 첫 위원장 자리는 교통정책 분야 전문가인 최기주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에게 맡겨졌다.

최 교수는 오직 세평의 덕(?)으로 취임했다고 했다. “대선캠프 등에 들어간 적도 없고 소위 중앙정부 중요한 직책에 대한 지분도 없었어요. 저는 오직 학자로서의 전문성만으로 위원장에 오르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난 30여년 간 학계에서 정부 교통정책을 자문하고 대안을 제시해온 대중교통 정책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최 교수는 대광위 출범에 대해 “또 한번 길을 연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독 첫 시작과 인연이 깊다. 용산중학교 졸업 후 신설 고등학교(서울 우신고 4회)에 진학해 서울대 신설학과(도시공학 전공)에 들어갔다. 유학에서 돌아와 얻은 첫 직장인 서울연구원도 공채 1기이고, 2년 후 교직에 들어선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도 새롭게 생긴 학과였다.

그는 작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지금도 간혹 읽곤 한다고 했다.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는 내용이다. 그는 “이 시는 내 삶과 닮았다. 난 길을 여는 인생을 살았다”고 강조했다.

5개 대도시권 광역교통 컨트롤타워

2019년 출범, 26개월간 토대 구축

최 교수는 2019년 3월 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수도권 지역 교통 체계의 효율화 증진과 비수도권(부산울산경남·광주전남·대전세종충청·대구경북)의 광역교통서비스 확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로부터 2년 2개월 후 그는 대광위를 떠나 최근 교단으로 돌아갔다.

광역교통 컨트롤타워인 대광위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최 교수를 최근 서울 용산구 후암동 헤럴드경제 본사(헤럴드스퀘어)에서 만났다.

1992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이 설립될 때 최 교수는 공채 1기로 입사해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2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교통계획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들어온 직후였다.

서울연구원 도시교통연구부 책임연구원으로 도로투자 우선사업, 버스노선 개선, 물류체계 개선 방안 연구 등을 담당했다. 최 교수는 연구원 당시 서울 도심 상황을 떠올려보면 30년 간 지속적인 교통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그는 “30년 전인 1990년대 초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서울 내 시설 증가는 지하철 외에는 별로 없다”면서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도 예전 모습 그대로 있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안한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2년 후 연구원직을 내려놓고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교수가 된 건 “하고 싶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교수가 된 이후엔 교통수요 예측, 교통체계분석 등 교통에 관련한 여러 연구를 진행했다. 2010년부터 아주대 TOD(대중교통 지향형 도시개발방식) 기반 지속가능 도시·교통연구센터 소장을 맡아, 기후변화에 대응할 엔지니어링적 해결방안 등도 찾고 있다.

최 교수는 “영문 학술지 ‘지속가능교통 국제저널(IJST, International Journal of Sustainable Transportation)’를 직접 창간해 편집장까지 맡아 10년 넘게 발행하면서, 전 세계 학자들과 관련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위원장에 오른 이후 아침마다 눈뜨며 “왜 별도의 대광위 조직이 필요한 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광역 교통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뒤 미래를 대비하는 국가 대계로, 대광위가 그 초석을 만들고 있다”는 게 그가 얻은 답이다.

그는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재편, 요금·환승 정책 등을 비롯해 대도시권 지자체간의 철도·도로 교통운영 등에 대한 조정이 대광위의 핵심적인 사업영역”이라고 설명했다.

2년 넘게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은 대광위에 고스란히 남았다. 대광위는 2019년 중장기 정책방향인 ‘광역교통2030’을 발표해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제시, 위례트램 도시철도 조기 개통, 급행광역버스(BTX) 도입 등 약 150여개의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서울硏 공채1기로 도시교통 연구하다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로 또 ‘길 내기’

작년에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이니셜을 모방해 BTS3 사업을 진행했다. 대도시권 출퇴근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버스(Bus, 급행버스 등)와 환승(Transfer), 시스템(System, 통합요금제도 등)’의 혁신을 의미한다. 올해 들어서는 광역교통 기본계획, 시행계획,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계획, 환승센터계획 등 각종 법정계획을 마무리 짓고 있다.

오는 9월부터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알뜰교통카드도 그가 교통비 절감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 사업이다. 알뜰카드는 대중교통 이용시 이동 거리에 비례해 교통비 일부를 마일리지로 지급(20%)해 큰 호응을 얻었다.

대광위의 역할은 2019년 출범 초기와 비교해보면 지금은 기반이 탄탄하게 다져졌다고 봤다. 그는 “각종 법정계획의 완성과 3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이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면서 “지난 2년 넘게 추진된 투자 및 조정계획은 대광위 이전과 비교해 내용적으로 확장되고 성숙된 계획이 실행 중”이라고 뿌듯해 했다. 그러면서 “대광위에서 같이 일했던 백승근 현 위원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잘 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광역 교통은 여러 지역 사회와 지자체 등의 이해가 상충해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 버스 요금인상, 철도의 직결과 환승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경기도의 의견이 갈린다. 철도의 계획단계에서도 갈등이 생겨난다.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와 GTX 노선의 역사 추가 논란이 대표적이다.

쟁점이 된 사안에 대해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상호 존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정부의 초안 제시에 전문가, 국회, 시민단체 등 핵심적 이해당사자들이 피드백을 주고 다시 정부가 확정고시하는 방향이 대부분 선진국의 의사결정 과정”이라며 “그러나 우리의 경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너무 과격하게 반응하면서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타당성을 잃는 게 문제”라고 했다.

급행버스·환승·시스템의 혁신 통해

‘교통계 BTS3 사업’ 출퇴근 문제 개선

그러면서 이런 점들을 제도적 장치 등으로 확립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그는 “대광위가 하기보다 예타 제도의 변화 등을 통해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992년부터 교직에 몸을 담았던 그는 대광위 위원장을 경험한 건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학계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다.

그는 “학교에서 선언적인 지식을 배웠다면 대광위를 겪으면서 법과 예산, 지자체와의 협의 등 절차적인 지식도 알게 됐다”면서 “학교에서 알게 된 지식이 전부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에게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교통망을 설계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 가를 물었다.

최 교수는 “먼저 GTX망을 깔아놓고 그 거점들을 중심으로 연계 교통 체계를 만들고, 그 사이를 자율주행 셔틀이 다니게 할 것”이라면서 “교통망이 부족한 곳은 경전철이나 버스 노선을 추가하면 된다”고 답했다.

25만 가구 공급이 예정된 3기 신도시(교산·창릉·왕숙·대장·계양·광명시흥) 계획에 대해선 2기 신도시 입주 당시보다 교통 여건이 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先)교통·후(後)입주, 대중교통 중심 등 2개의 원칙 아래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기신도시 광역교통, 2기보다 나을 것

수도권 신도시 건설 신중하게 고려해야

그는 “신도시 발표와 교통 개선 대책 마련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돼 입주와 철도 개통 시점의 차이는 어느 정도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다만 3기 신도시는 교통 대책이 같이 발표돼 다소 시간을 단축시키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통을 더욱 앞당기기 위해선 신도시 교통시설은 도시개발과 같이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생략하고 추진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수도권 신도시에 대한 그의 소신도 분명했다. 그는 “더 이상의 수도권 신도시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왜냐하면 혁신 산업 및 인력이 수도권에만 너무 몰리는 게 바람직하기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통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교통 분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에서의 교육과 연구도 이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면서 “고시제도 역시 교통학, 도시계획학 등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단으로 돌아온 최 교수는 이제 강의와 연구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는 “교통체계의 효율·급행·환승편의·친환경·다양화 등 추진한 정책이 많았는데, 이젠 뒤에서 이런 학술적 이론을 더 개발하고 성숙시키는 축적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늘 새로운 길을 걸어온 그가 이제 어떤 길을 만들어 갈지 사뭇 궁금해졌다

. 정리=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