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친환경 투자 열풍에 라벨만 ‘친환경’ 꼼수 기업들 속출
친환경 투자 대세로 떠올랐지만…친환경 업체는 태부족, 투자금 쏠림 현상
해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해저광물 채굴업체가 최근 전기차 배터리용 광물 생산을 이유로 ‘친환경’을 표방해 투자시장에서 큰 돈을 끌어모을 전망이다. 이런 식으로 최근 친환경 투자 열풍에 라벨만 ‘친환경’을 붙인 꼼수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가 해저 광물 채굴을 중단해 달라고 시위하는 장면.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 투자업계에 친환경 투자 열풍이 불면서 친환경적이지 않은 업체들마저 ‘친환경’ 라벨을 붙이는 꼼수로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미래 유망 분야에서 생존 가능한 소수업체들을 겨냥한 친환경 투자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지만, ‘친환경’이라 내세울 업체가 아직 크게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진단된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금 5억달러(약 5600억원)를 발판으로 해저 광물 채굴업에 도전한 제라드 배런은 남태평양에서 해양생물 서식지를 파괴한 끝에 결국 파산했지만, 최근 메탈즈컴퍼니(TMC)라는 해저 광물업 벤처회사를 다시 차려 두 번째 도전에 나서고 있다.

첫 도전 당시와 차이점은 최근 친환경 투자 열풍 속에 TMC를 친환경 기업으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해저 채굴 행위만으로도 환경을 해친다는 비난을 사던 업체가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희토류 광물을 생산한다는 명목으로 ‘친환경’을 표방한 것이다.

TMC는 다음달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통해 6억달러(약 6800억원)의 투자금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IPO에 성공하면 이 회사 시가총액은 29억달러(약 3조2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아무 실적이 없는 TMC가 미 광물업체 중 역대 최고 수준의 기업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배런 TMC 창업자는 “우리는 애초에 우리 사업을 ‘대량 채굴’, ‘심해 광산’ 등의 프로젝트로 분류하고 있었는데 이는 잘못이었다”면서 “우리가 채굴 예정인 광물들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런 취지를 애초에 강조하지 않은 것이 패착”이라고 말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헌신’을 늘상 강조하던 한 투자회사가 지난해 미 캘리포니아의 노천 희토류 광산업체와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로 합병한 사례도 있다. 문제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광물 생산을 명목으로 ‘친환경’을 표방한 이 업체가 과거에도 환경오염 문제에 연루된 적이 있고, 지금도 방사능 폐기물 매립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 월가의 최신 투자 트렌드를 주도하는 특수목적주식회사(스팩·SPAC)들 사이에서도 ‘친환경’ 라벨은 최근 가장 ‘핫’한 영역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정보업체 스팩트랙에 따르면 스스로 ‘친환경’을 선언한 45개 스팩 업체들이 최근 모은 투자금이 150억달러(약 16조9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합병 상대로 TMC를 낙점한 스팩 SOAC는 90여개 업체를 검토한 끝에 ‘친환경’ 라벨이 달린 광물업체를 골랐다.

스팩 뿐만 아니라 투자시장 전반에서 점점 더 많은 돈이 ‘친환경’ 업체로 몰리고 있다.

골드만삭스그룹의 펀드정보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주식 뮤추얼펀드나 환경·사회·가버넌스 등 비재무적 기준에 따라 투자하는 ESG펀드는 2019년 이래 4730억달러(약 535조원)을 끌어모았다.

ESG지수 등 각종 기업지수 조사기관인 MSCI의 로라 니시카와 이사는 “업계가 친환경 투자자 수요를 충분히 흡수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투자금에 비해 여전히 친환경 업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