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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대선 강경보수 라이시 당선…이스라엘·미국, 당선인 비판·유감 표명
라이시 62% 득표…개혁파 상대 헴마티 8.4%에 그쳐
이스라엘 외무장관, 트위터로 라이시 이란 대통령 당선인 비판
미국, 이란 대선 결과에 유감 표명…“공정선거 못 치러”
이란 대선에서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강경보수 성향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강경보수 후보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가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을 확정했다. 그러나 젊은층을 중심으로 투표거부운동이 거세지면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치러진 대선 투표율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대선을 관리하는 이란 내무부는 19일(현지시간) 라이시가 1792만6345표(약 61.9%)를 얻어, 경쟁 상대인 개혁파 압돌나세르 헴마티(242만7201 표·약 8.4%) 후보와 혁명수비대 출신 모센 레자에이 후보는 341만2712표(약 11.8%)를 따돌리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 5931만307명 중 2893만3004명이 선거에 참여해 최종 투표율은 48.8%로 집계됐다.

이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치러진 대선 투표율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과 함께 젊은 유권자를 중심으로 확산한 투표 거부 운동 때문에 투표율이 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표 거부 운동은 이란 헌법수호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대선 후보 최종 명단에서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부통령, 알리 라리자니 최고지도자 고문 등 유력한 중도·개혁 성향 인사들이 제외되면서 번져나갔다.

이란의 대표적인 강경 보수성향 성직자로 꼽히는 라이시는 2019년 삼부 요인 중 하나인 사법부 수장이 돼 대선 출마 직전까지 역임했다. 라이시 후보는 또 최고지도자의 사망 또는 유고 시 후임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부의장이기도 하다.

당선 확정 후 라이시는 “현 정부의 경험을 활용해 국가의 문제들을 푸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특히 민생 문제를 챙기겠다”고 말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어제) 대선 승리의 위대한 승자는 이란 국민이다. 이란 국민은 적의 용병 역할을 하는 미디어의 프로파간다에 직면해 봉기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아랍에미리트(UAE) 총리 겸 두바이 군주 등도 라이시의 당선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란의 대통령 임기는 4년으로 1회 연임이 가능하다. 2017년 연임에 성공한 현 로하니 대통령은 오는 8월 임기를 마친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즉각 유감을 표했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테헤란의 도살자’로 알려진 이란의 새 대통령은 이란인 수천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그는 이란 정권의 핵 야욕과 글로벌 테러에 전념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라이시 이란 대통령 당선인은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당시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지명을 받아 반체제 인사 숙청을 이끌었다. 또 그는 2009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인 ‘녹색 운동’을 유혈 진압하는 데도 앞장선 인물이다. 당시 체포된 시위 가담자 가운데 일부는 국가 전복·간첩 혐의로 처형됐다.

리오 하이앗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즉시 그리고 영원히 중단돼야 한다. 또 이란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도 해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동 지역의 유일한 비공식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장을 극도로 경계해왔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나탄즈 지하 핵시설 폭발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1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강경보수 성향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의 사진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한편 미국은 이란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현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인들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과정을 통해 지도자를 뽑을 권리를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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