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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피스텔 살인’ 부실수사 파장…“수사심의관은 뭐했나” 논란
피해자 진단서·상해사진 제출
진술 엇갈림에도 무혐의 결론

20대 남성 2명이 동거하던 친구를 감금해 숨지게 한 ‘마포 오피스텔 살인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피해자가 과거 상해죄로 피의자들을 고소했지만, 경찰은 양측의 진술이 엇갈렸음에도 대질신문 없이 6개월이 지난 후에야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 더욱이 경찰이 부실수사를 막겠다며 올 초 강화한 수사심의관마저 이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심의관은 지난 달 17일 마포 오피스텔 살인사건 피해자 박모(20) 씨가 피의자 안모(20) 씨와 김모(20) 씨를 상대로 상해죄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심의를 열었지만, 무혐의라는 수사 결과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고소 이후 경찰에 피해를 진술하고 진단서 및 상해 사진을 제출했지만,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영등포경찰서는 10일 후인 5월27일에 해당 사건을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처리했다.

수사심의관 제도는 부실수사를 막고 경찰의 수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제도다. 올 2월 전국 일선 경찰서에 수사심의관 200명을 추가로 배치해 그 기능을 강화했다. ‘정인이 사건’,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 기사 폭행 사건’ 등을 부실수사해 공분을 산 점을 의식한 조치다.

수사심의관은 ▷사건 사전 심사 ▷검사의 보완·재수사 요청 검토·심사 ▷체포·구속·압수수색영장 신청 사전 심사·검토 ▷구속 취소·집행정지 심사 ▷불청구·기각된 영장 신청 사건 검토·분석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김대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의 수사심의제도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수사심의를 공개적으로 해 전문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피의자에 대한 인권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박씨는 지난해 11월7일 아버지와 함께 대구 달성경찰서를 찾아 피의자들을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을 이첩받은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월 24일 피의자 김씨와 안씨를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신고접수 5개월이 돼서야 피해자 대면조사를 위해 박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피의자들에 의해 감금된 상태에서 박씨는 수사에 응할 수 없었다. 고소에 앙심을 품은 피의자들이 3월30일 박씨를 서울로 데려와 감금하고 그를 사주해 수사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양측 진술이 엇갈려 대질조사를 위해 경찰이 4월17일 피해자와 통화했을 때 피의자들은 피해자 옆에서 ‘지방에 있다’고 대답하라고 강요했다”며 “두번째 경찰 전화는 받지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강요에 못 이겨 지난 달 3일 경찰에 문자를 보내 고소 취하 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수사기간 중 박씨의 가족으로부터 가출 신고까지 접수받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관이 박씨의 가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박씨는 지난 13일 오전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나체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사망 당시 34㎏의 저체중 상태였으며 몸에는 결박된 채 폭행 당한 흔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피의자들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15일 영장을 발부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사건의 부실수사 여부를 두고 수사심의계를 통해 감찰을 진행중이다. 이와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박씨 시신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채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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