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기재부, 정책 엇박자 리스크
“물가상승은 급격한 임금인상과 유동성 증대로 인한 장기적 현상이다.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난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빠른 금리인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올해말, 내년초가 골든타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금리인상 및 재정정책 정상화 시기를 두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사이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집단면역을 전제로 조기에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해야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가안정보다 경제성장률에 목적을 둔 기획재정부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향후 금리 인상 시기를 예상보다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미국보다 일찍해야 한다”며 “물론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올해 4%대 경제성장률을 이룩한다면 성장률 측면에선 정상화가 됐다고 봐야 하고, 때문에 인플레이션 속도를 감안하면 적어도 올해말이나 내년초에는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도 “지금 테이퍼링을 시작하지 않으면 물가를 겉잡을 수 없을 것이고 3%대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 고 우려했다.
김소영 교수와 신세돈 교수는 모두 올해말을 테이퍼링 골든타임으로 지목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도 “코로나19 방역이 안정된다면 내년 3월 이후에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연내 금리인상 방침을 내비친 바 있다. 특히 물가상승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데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물가상승이 단순한 기저효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임금을 급속도로 올렸고, 돈도 상당히 풀었기 때문에 그 요인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계부채도 우리나라의 특수 위험요인으로 거론됐다. 이인호 교수는 급증한 가계 부채와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금융 불균형과 관련 “미국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증가속도 문제가 있다”며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금리가 상승했을 때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인상 위험성이 아직은 낮다고 판단하면서 기존 확장재정정책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다양한 정책과제들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추경(안)에 담을 수 있도록 꼼꼼히 준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