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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가상자산 시장, 방치하다간 부작용 더 키울 수 있다

가상화폐 세계에서 매년 5월 22일은 ‘피자데이’로 통한다. 라슬로 한예크라는 ‘비트코이너’가 2010년 당시 1만비트코인으로 피자 두 판을 구입해, 비트코인으로 실생활에서 최초로 물건을 구매한 이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당시 1만비트코인 시세는 41달러였으나 지금 시세로 7000억원이 넘는다.

비트코인은 세상에 나온 이후 양극단의 평가를 받아왔으며 앞으로의 전망 역시 그렇다. 우선 각국 정부는 비트코인에 대해 하나같이 부정적 입장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은 거래를 수행하기에 극도로 비효율적인 수단”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시장에서의 전망은 갈린다. 뉴욕대 루비니 교수와 워런 버핏 등은 “가상화폐의 내재가치는 물론 위험자산에 대한 위험회피가치도 제로”라고 혹평하는 반면 미국 가상화폐 전문 자산운용사 모건크릭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유스코는 “비트코인 가격이 5년 내 25만달러(약 2억8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컴퓨터 성능이 향상돼 더욱 강력한 인터넷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비트코인이 지급 결제수단으로써 가치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화폐발행권은 국가권력의 상징이다. 이런 면에서 중앙은행의 화폐발행권 침해와 금융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스탠스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가상화폐시장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미국 1위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지난 4월 나스닥에 직상장했다. 종목 코드는 ‘코인(COIN)’으로 정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가상자산이 주류시장으로 편입되는 이정표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출시하는 중이다.

관련 시장 규모 역시 꾸준히 커지고 있다. 전 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약 2조2340억달러(2489조7680억원)에 달한다. 국내의 경우 지난 2월 말 기준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에 개설된 실명 확인 계좌 수는 250만1769개로, 2020년 말에 비해 두 달 만에 2배가 늘어났다. 올해 1분기 거래금액은 1486조277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거래금액(357조3449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처럼 가상화폐는 그 본질적 논의를 떠나 상품으로서는 충분히 성공적으로 시장에 데뷔한 것으로 보여진다. 가상화폐의 높은 변동성은 ‘부동산 벼락거지’를 체험한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는 오히려 매력적인 투자포인트로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인 다단계, 먹튀 그리고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훨씬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덩치는 커졌는데 정부가 지금처럼 방치할 경우 부작용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은 가상화폐를 단계적으로 제도화하고 투자자보호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소에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올해 9월까지 은행 실명 확인 계좌 등 요건을 갖춰 등록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다만 이에 더해 상장 심사와 공시 강화가 시급하다. 미국 코인베이스에는 63개 종목이 상장돼 있고, 일본 최대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에는 5개 종목만 거래되는 데 반해 우리나라 3대 거래소는 평균 174개 종목이 상장돼 있다.

상장 기준도 거래소 마음이다. 거래소들이 거래수수료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정체가 불분명한 코인 등도 최대한 상장을 허용해 거래량을 늘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시에 대한 규정도 전혀 없어 허위 공시를 하더라도 이를 적발하거나 처벌하기 쉽지 않다. 가상화폐 가치측정 기법이 없는 현실에서 최소한의 투자자보호를 위해 상장과 공시 규정 등에 대한 부분이라도 선제적으로 제도화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용환 법무법인 세종 고문·농협금융지주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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