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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 적어도 뜨거운 치료제 시장…희귀의약품 ‘ 폭풍성장’
높은 생산성·낮은 경쟁률 기업들 진출 붐
한미, 2200억원 투자 17건지정 국내 최다
대웅, 신약후보물질 ‘DWN12088’도 지정

임상 지원·독점권 부여 등 정부지원 ‘탄탄’
글로벌 시장 2500억달러까지 성장 전망

희귀의약품 시장이 폭풍 성장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환자(사용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제약사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높은 생산성과 낮은 경쟁률이라는 점에 주목한 기업들이 앞다투어 개발에 나서고 있다. 더구나 희귀의약품 개발은 정부가 임상시험 지원, 독점권 부여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제약사들의 새로운 도전 영역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국내 지정된 희귀의약품 300개...2020년에만 23개=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희귀의약품은 희귀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을 말한다. 대체 가능한 의약품이 없거나 대체 가능한 의약품보다 현저히 안전성 또는 유효성이 개선된 의약품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다. 이런 희귀질환은 국내 기준 환자수(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에 해당한다. 급성골수성백혈병, 비호지킨성림프종, 낭포성섬유증 등이 대표적이지만 희귀질환은 그야말로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질환이 많다. 식약처의 희귀의약품 지정 목록에 따르면 6월 1일 기준 국내에서 지정된 희귀의약품은 300개, 개발단계에 있는 희귀의약품은 33개에 이른다. 지난 2019년에는 11개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는데 2020년에는 24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한미, 국내 최다 17건의 희귀의약품 지정...FDA 지정 국내의약품 늘어=이처럼 희귀의약품 지정이 계속 늘어나는 배경에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그만큼 희귀의약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중 희귀의약품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개발 중인 바이오 신약후보 물질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HM15211)가 지난 달 미국에서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에 쓸 수 있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폐 조직이 섬유화해 폐 기능이 급격히 저하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희귀질환이다. 이 물질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지정은 지난 해 원발 경화성 담관염과 원발 담즙성 담관염에 쓸 수 있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데 이어 세 번째다.

한미약품은 이번 지정으로 6개 신약후보 물질을 10건의 치료범위(적응증)로 미국과 유럽, 국내에서 총 17건의 희귀의약품 지정 기록을 갖게 됐다. 미국 FDA에서 9건, 유럽의약품청(EMA)에서 5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3건 등이다. 한미는 지난 해 22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신약 연구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중 희귀의약품 개발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극소수 희귀 질환 환자의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 개발은 제약사 본연의 사명이자 한미약품이 추구하는 R&D의 가치”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지난 해에는 LG화학의 ‘LB54640’이 경구용 비만치료제로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을 받았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항암 신약 후보물질 ‘아이발티노스타트’도 2019년 췌장암 치료제, 2020년 간암 치료제, 2021년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각각 희귀의약품으로 잇달아 지정받았다.

대웅제약의 신약 후보물질 ‘DWN12088’은 지난 달 FDA로부터 전신피부경화증에 대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전신피부경화증은 손끝부터 전신의 피부가 딱딱해지기 시작해 나중에는 폐, 심장 등 주요 장기까지 딱딱하게 변하는 질환이다. ‘DWN12088’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것은 2019년 특발성 폐섬유증에 이어 두 번째다. FDA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희귀의약품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에 지정(ODD)되면 세금 감면, 허가신청 비용 면제, 동일계열 제품 중 처음으로 시판 허가 승인 시 7년간 독점권 등 다양한 혜택이 부여된다.

▶온코닉·메드팩토 등도 도전...전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 2500억달러까지 성장=우리나라도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희귀의약품을 개발할 때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희귀의약품은 신속심사 대상에 포함돼 임상 2상만으로도 허가 및 출시가 가능하다. 임상시험 보조금 지원, 시장독점권 부여, 조건부 판매 허가 등의 혜택도 주고 있다.

이에 국내 희귀의약품 시장에 도전하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제일약품은 최근 신약개발 부문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췌장암 신약후보물질(JPI-547)이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고 밝혔다. 이 물질은 지난 3월 FDA에서도 췌장암 치료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메드팩토는 데스모이드종양 치료를 위한 의약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데스모이드종양은 공격성 섬유종증으로도 알려져 있는 희귀 질환으로 아직까지 허가된 의약품이 없다. 메드팩토는 최근 식약처에 ‘백토서팁’과 ‘이매티닙’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제출했다.

이처럼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희귀의약품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블루오션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과거 희귀의약품은 환자 수가 적어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시장성이 적다는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대체 치료법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개발만 되면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사용될 확률이 커진다. 포화 상태에 이른 당뇨병, 고혈압 치료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 경쟁도 덜하다. 여기에 FDA, EMA, 식약처와 같은 각국의 규제기관이 희귀의약품 개발을 독려하며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에 전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2년 1720억달러에서 2026에는 255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알지 못했던 희귀질환들이 발견되고 있고 이런 영역에 대한 제약사들의 치료제 개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며 “환자 수가 적다지만 환자 대부분이 질환으로 인한 고통이 큰 만큼 의약품에 대한 수요도 높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개발을 독려하고 있어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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