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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신라이프] 호신술은 가해를 멈추기 위해 존재한다

호신술 수업 때는 물론 SNS 등을 통해 성범죄 예방과 대응 수단으로 호신술 얘기를 하다 보면 일반 남녀로부터 “왜 피해자들이 호신술까지 배워야 하나” “왜 피해자에게 조심하라고 하고, 신체적 열세와 위험을 무릅쓰며 저항하라고 하는 거냐” “가해를 하지 말라고 먼저 교육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같은 한탄과 질문이 돌아오곤 한다.

그때마다 필자는 “적어도 나의 호신술 수업에서는 피해자에게 가해자와 싸워서 이기라거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조심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가해를 멈추고 주의해야 하는 건 가해자가 맞고, 우리는 가해자에게 “하지 마” “조심해”라고 가해를 멈추는 방향으로 말해야 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A.S.A.P. 호신술은 물리적 대응에 앞서 비물리적 대응이라는 단계를 거치도록 한다. 눈빛이나 제스처 그리고 언어를 사용해 가해를 시도하려는 상대에게 “잠깐!” “하지 마!” “멈춰!” 같은 말로 상대의 가해 시도를 저지함으로써 위험도가 낮은 단계에서 상황을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때는 “그렇게 말한다고 이미 가해를 마음먹은 이가 말을 듣겠냐”는 반문을 듣는다. 최근 학교폭력 예방 차원에서 폭력 상황을 발견하면 주변 친구들이 “폭력 멈춰!”를 외치도록 하는 캠페인에 대해서도 우스갯소리 취급하는 반응이 많았다.

‘힘 없는 정의는 허망하다’는 말처럼 피해자나 조력자보다 자신이 훨씬 더 강자라고 생각하는 가해자는 그런 경고를 들어도 코웃음을 치며 무시하거나 더 강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와 조력자들은 바로 그때 스스로가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도 힘이 있음을, 그래서 여차하면 맞서 싸울 의지가 있고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순순히 당하지는 않을 비장의 무기 하나쯤은 가지고 있음을 말이다. 여기서 적절한 방식으로 행하는 비물리적 대응도 효과가 커진다.

그러니까 호신술은 가해자에게 “네가 하려는 건 가해행위이며 폭력이고 범죄다. 나는 거기에 대응할 것이고, 너는 나의 반격은 물론 사회의 제재 또한 받게 될 것”이라 말할 수 있고, 그 말이 먹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 목소리들이 많아지고 커지면 실제로 가해를 멈추고 잠재적으로 예방하는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호신술은 물리적으로 싸우는 것, 상대를 힘으로 꺾어 누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리적인 수단이 아니라도 가해를 무위로 돌리고 가해 의지를 꺾고 그게 사회적으로 잘못된 행위임을 증명하고 추가 가해를 막아낼 수 있다면 무엇이든 좋은 호신술이다. 무술가들이 힘의 남용을 경계하고 예의와 인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호신술은 결과적으로 모두가 평화롭고 안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따라서 잘못된 힘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사회 정의를 만들어내고 지켜나가는 모든 활동이 호신술의 연장선에 있고, 호신술 수업이나 자기방어 훈련은 그런 방법을 알고 확신을 갖기 위한 연습이다.

김기태 A.S.A.P. 여성호신술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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