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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勞-勞 갈등에 기관장 단식까지...길 잃은 ‘비규정직 제로’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콜센터 직원 직고용을 둘러싼 ‘노노(勞勞) 갈등’으로 공단이 파국위기에 몰리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14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한 고객센터 노조와 공정성을 이유로 이에 반대하는 정규직 노조 간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자 최고책임자가 단식을 통해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이사장으로서, 그리고 복지국가를 만드는 노력에 한 역할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건보공단이 파탄으로 빠져드는 일만은 제 몸을 바쳐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 출신인 김 이사장은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설계자다. 김 이사장의 충정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공공기관장이 노조를 상대로 단식을 벌이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기관장이 단식까지 하면서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보려 하지만 매듭의 실마리조차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고객센터 노조와 공단노조 양측의 노-노 갈등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건보 콜센터 직원들의 직고용 요구는 지난 2019년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공단노조는 극력 반대하고 있다. “자신들(콜센터 직원)을 비정규직이라 주장하지만 고용 주체가 다를 뿐 이미 정규직인 근로자들이 공기업 직원이 되겠다는 것이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조는 서로 싸우고, 기관장은 단식 농성에 들어간 작금의 사태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어정쩡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에 기인한다. 비정규직 제로 가인드라인은 콜센터 같은 민간 위탁사업의 직접 고용 여부를 기관별로 노사가 협의해 결정하게 했다. 그러나 직고용은 노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취업준비생에게도 민감한 문제다. 이들은 공기업 취업은 수십, 수백대 1의 경쟁을 예사로 거쳐야 하는데 공기업의 위탁업무를 한다는 이유로 직고용으로 수직상승하는 것은 형평성과 공정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비정규직 제로 1호격인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에 청년들이 분노한 이유다.

비정규직을 줄이자는 정책은 분명 선한 동기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러나 명분과 의욕만 앞세우다 부작용과 후폭풍을 보지 못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비정규직 제로는 공공기관의 재정건전성, 청년 취업, 공정의 가치와도 연결된 문제다. 플랫폼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비정규직과 아웃소싱은 앞으로 더 확대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흐름을 반영해서 현실에서 작동하는 정교한 고용정책으로 현장 갈등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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