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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국적법 개정 유감

국내에서 2,3세대에 걸쳐 거주하거나 재외동포로 영주자격을 가진 자의 자녀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국적법 개정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세계 각국은 우수인재를 경쟁적으로 유치하는 추세이고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 위기에 한명이라도 더 국민을 확보해야 하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이민을 적극 수용하는 것과 국민의 요건을 정하는 국적법을 개정하는 것은 결이 다른 문제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국적법은 혈통주의와 단일국적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출생지주의를 택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국내에서 출생하였으나 부모가 누군지 알 수 없을 때 무국적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복수국적도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검증된 우수인재를 유치하거나 과거 한국인으로서 국적을 회복하는 고령자 그리고 출생지주의 국가의 국적법과 충돌에 의해 발생하는 피치 못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적법의 대원칙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영주자격자의 국내출생 자녀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하면서까지 우리 국적을 주는 것은 국적법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획기적인 조치다. 거기에 대상자의 대부분이 대만 화교이거나 중국동포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반 중국 또는 반 중국동포 정서를 자극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물론 어떤 경우라도 반대의 논리가 특정국가나 재외동포에 대한 혐오 정서에 기인 한다면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현재 추진 중인 국적법 개정안에 대해 많은 문제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두 가지만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는 공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현재 영주자격을 가진 사람이 16만 명 정도 되는 데 이들은 대부분 한국 국적 취득이 가능한 귀화대상자 들이다. 부모가 한국 국적으로 귀화하면 자녀는 당연히 혈통에 따라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됨에도 경제적 사유, 출입국 편리성, 자녀의 군 입대 면제, 외국인 특별전형 대학입학을 위해 귀화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영주자격자의 혜택을 포기하고 이미 귀화하여 한국인과 동일한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부모와 그 자녀들과 비교했을 때 역차별의 문제가 발생한다.

국내에서 출생하여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익숙한 아동에게 국적을 미리 주어 정체성의 혼란을 방지하고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하지만, 부모와 다른 국적을 가지게 되면 가족의 정체성에 또 다른 문제도 생긴다. 아울러 복수국적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원정출산 등 인위적으로 복수국적을 가지는 경우 우리 국적법은 상당한 제한을 두고 있는데, 개정안은 결과적으로 복수국적을 양산하게 되어 국적법 체계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이번 국적법 개정은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추진되었다. 국민의 요건을 정하는 국적법의 기본 틀을 바꾸는 문제는 국민의 법 감정과 개정 절차에 보다 충실해야 하는 데 전문가 용역이나 공청회가 부실하게 진행되었다. 국민의 80%가 영주자격자의 자녀에게 국적을 주는 것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를 제시하지만, 그 상세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귀화제도나 복수국적 인정 문제를 정확히 고지하고 조사한 내용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현재 30만 명 이상이 국적법 개정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제출되었으므로 어떤 형태로든 신중한 검토가 있겠지만 정부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불필요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바란다.

김도균 제주한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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