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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임범위 불명확한 중대재해처벌법...中企 ‘경쟁력 상실’ 불보듯” [피플 & 스토리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2일 서울시 마포구 경총회관 집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논의과정을 거쳐 법률이 제정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섭 기자

“안전에 대한 기업의 책임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안전사고의 모든 책임을 경영책임자에게 묻고 있고, 매우 강한 형벌과 징벌적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검토와 논의과정을 거쳐 법률이 제정됐어야 한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달 고용노동부의 의견수렴 기간이 끝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서두에 밝혔다. 부회장에 선임된 지 이제 석 달이 지났다 하지만, 3년 전보다 기업 환경이 더 나빠진 데다 노동계의 우위 현상이 심해졌다는 소회도 덧붙였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의 전제가 되는 경영책임자의 의무와 책임 범위 등 많은 부분이 불명확하고 포괄적”이라며 “시행령에 불분명한 개념과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운 문구가 쓰이면 경영책임자 입장에서 의무를 어느 정도 이행해야 법 준수로 인정되는지 불확실해진다”고 말했다.

원청 책임대상 검토 배제...현장 혼란

입법 과정서 토론·여론수렴 아쉬워

이어 “경영자가 관리상의 조치를 해야 하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도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에 적용 범위가 시행령에 구체화하지 않으면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앞으로 경영 공백으로 경쟁력을 상실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불안한 기업들...중대재해처벌법 보완입법 필요=경영계는 위임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경영책임자의 범위와 원청의 책임 대상이 검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중대재해처벌법 논란의 핵심으로 꼽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세계 최고인 산업안전보건법보다 더욱 강력한 처벌 수준(1년 이상 징역, 50억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는 특별법임을 고려하면 경영책임자의 의무와 책임 범위를 시행령에 최대한 구체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부회장은 “법률이 일부 수정돼 국회를 통과했지만, 절차적인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며 “실제 중대재해처벌법의 모델이 된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은 무려 13년에 걸친 심도 있는 사회·정치적 논의와 숙고를 통해 법률이 제정됐다”고 설명했다.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토론과 여론 수렴이 없었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당장 법을 재개정하는 것이 어렵다면, 법률상 모호하거나 불명확한 내용을 정부가 시행령 제정안에 최대한 구체적으로 규정해 산업 현장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국내 산업재해 사망률이 ‘OECD 1위’라는 불명예 속에서 산재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다만 산업재해 통계의 산출 방법과 업무상 재해 인정 범위가 다른 만큼 숫자로 산재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산재 예방 행정 ‘위반자 처벌’ 초점

사고의 명확한 원인규명 우선돼야

그는 “국내 산재 발생률이 일본, 독일,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2~3배 높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기업의 안전규정 미준수 외에도 개인의 과실이 중첩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기 위해선 사고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산재 예방 행정이 위반자를 찾는 처벌 중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다.

이어 “선진국은 기업 스스로 안전관리를 수행하도록 정부가 사업장을 지도·지원하는 예방 중심의 정책을 전개한다”면서 “처벌만 강화하는 정책과 입법은 결초 산재를 줄이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감소하는 취업자...최저임금은 일자리 회복에 중점 둬야=이 부회장은 본격적인 논의가 눈앞인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선 최저임금 인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경제지표 개선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소비위축 현상이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근 2년간 상대적으로 안정됐지만, 지난 2018년 16.4%, 2019년 10.9% 등 고율 인상률이 누적돼 경쟁국보다 인상 속도가 빠르고 상대적 수준도 매우 높아진 상태”라고 진단하며 국내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최근 4년(2018~2021년)간 34.8%로, 법정 최저임금 제도가 없는 이탈리아 제외한 G7 국가 평균보다 약 3.2배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8년부터 2019년 최저임금 고율 인상의 부작용으로 일자리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는 점도 지목했다. 실제 경총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실제 수준을 보여주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62.4%로 이미 OECD 국가 중 최상위권(6위)에 도달했다. 이는 독일(48.1%), 일본(44.3%), 미국(30.7%)보다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늘어

내년도 최저임금 안정 기조 이어가야

이 부회장은 “2018년 말부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비중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종업원을 내보내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전환했거나 사업 자체를 포기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최저임금 근로자가 다수 분포하는 숙박음식업, 도소매업과 임시·일용직의 취업자 감소도 뚜렷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안정 기조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취업난으로 인한 젊은 세대들에겐 ‘도전하는 자세’를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청년들이 공무원이나 대기업 취업만 바라보지 말고 적성에 맞는 다양한 직업에 도전했으면 좋겠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IT 능력이나 소프트웨어(SW) 코딩 능력을 배양하면 모든 직업에서 인정받고 승진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 ‘백신 휴가’는 자율적으로...신산업 규제 풀어야= ‘K-방역’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제조업을 필두로 한 국내 산업 성장판을 유지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코로나19가 지난 2009년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플루와 같이 확산력이 강하고, 사회·경제적인 영향력이 크지만, 백신이 해결책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전했다.

‘백신 휴가’ 법제화보다 권고 바람직

비대면 경제 전환속 투자·세제지원도

이 부회장은 “일부 기업들이 앞장서 ‘백신 휴가’를 도입한 것은 휴가제도를 통해 백신 접종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조치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백신 확보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이런 기조는 계속될 것이며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내놨다.

다만 일부에서 요구하는 백신 휴가 법제화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기업마다 근로 형태와 업종 특성이 상이한 점을 고려하면 법제화는 바람직하지 않고 되레 현장의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며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 여부를 검토할 수 있도록 권고사항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산업혁명과 디지털·비대면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할 것이란 관측도 제시했다. 산업간 융·복합에 따라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기존 주력 제조업이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그는 기업이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힘을 실었다. 인공지능(AI), 5G, 빅데이터와 같은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제조·서비스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하는 법령을 재정비해 공정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며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와 원격의료 금지처럼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서비스 산업 수요를 촉진하는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투자·세제 지원 확대도 요구했다. 이 부회장은 “기술 집약적 신산업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개혁과 직업훈련 체계 재편,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걸맞은 임금·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시장의 개혁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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