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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졸’ 영업사원에서 1000억원 ‘잭팟’ 주인공 알고보니
이태권 바로고 대표. [바로고 제공]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출판사 영업사원에서 창업 후 ‘수천억원대 자산가’ 반열에 오른 인물이 있다. 전국구 배달대행사인 ‘바로고’의 창업자 이태권(52) 대표다.

최근 11번가·CJ그룹 등 대기업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며 인정받은 바로고의 몸값은 약 3500억원. 이로써 이 대표가 가진 바로고 주식 가치는 1000억원을 훌쩍 넘기게 됐다.

바로고는 그간 경쟁 배달대행사들이 일찍부터 종합 물류, e-커머스 등 신사업에 나설 때 이륜차 한우물만 파면서 ‘뚝심’의 가치를 증명했다. 그렇게 업계 고지를 차지한 지금, 바로고는 본격적으로 이륜차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 또 한 번의 성장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바로고 몸값 1년마다 300억→1000억→3500억원

바로고는 최근 8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마무리 지었다고 10일 밝혔다. 11번가와 CJ그룹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고, 이 밖에 LB인베스트먼트, 스틱벤처스, 프리미어파트너스, 한국투자파트너스, YG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등 국내 대표급 VC가 재무적 투자자(FI)로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바로고의 누적 투자금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첫 투자는 요기요를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현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로부터 받았다. 2018년 알지피코리아로부터 130억원을 유치하면서 300억원대 몸값을 알렸다. 바로 이듬해 초, 바로고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 기술보증기금 등으로부터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는데 그다음 라운드로 이어지기 전 브리지 형태의 투자까지 합쳐 약 175억원 규모였다. 이 과정에서 바로고의 몸값은 약 1000억원대로, 1년도 안 돼 3배로 뛰었다.

바로고 배달이미지.

시리즈C 라운드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이때 바로고가 목표로 했던 금액은 500억원이었다. 하지만 올 초 이후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예상을 크게 웃도는 800억원이 몰렸다. 주요 투자자인 11번가가 약 7% 지분을 확보하면서 투자한 금액은 250억원. 역산하면 약 3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셈인데, 이를 통해 바로고는 1년 만에 몸값이 3배 이상 뛰는 기록을 또 한 번 남기게 됐다.

형편 어려워 대학교 중퇴…‘결단력’이 이끈 창업성공기

바로고의 최대주주는 창업자인 이 대표다.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 기준, 이 대표의 지분율은 약 51%. 이번 시리즈C 투자 이후 지분율은 더 희석되겠지만 이를 참작해도 이 대표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약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이 대표의 가정형편은 넉넉하지 못했다. 1996년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영업만 잘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출판사 영업에 나섰던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이 대표는 지사를 운영하면서 적잖은 돈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영업 첫달에 손에 쥐었던 ‘21만6000원’밖에 안 되는 월급을 잊지 못한다. 프리랜서들이 노력한 만큼 월급을 받는 시스템을 꿈꿔왔던 배경이다.

이태권 바로고 대표. [바로고 제공]

2000년대 중반 그는 출판업을 뒤로하고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여행과 레저가 대중화되던 당시 분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해 현재는 프리미엄 복지몰 플랫폼으로 성장한 지마이다스를 창업했다. 고급 리조트는 아니지만 당시 전국의 펜션·호텔·리조트·레포츠 등을 한데 묶어 저렴한 회원권으로 선보였다. 그간 없던 비즈니스였고, 수십만 멤버십을 확보하기도 했다.

플랫폼 운영노하우와 프리랜서 시절 느꼈던 애환이 결합된 결과였을까. 지마이다스 창업 10년 뒤인 2014년 이 대표는 바로고를 창업했다. 그는 배달기사들이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처우를 받고 있고, 배달기사 역시 외부의 부정적 시선을 직업의식을 갖기 힘든 상황에 주목했다. ‘이들에게 브랜드를 입히고 플랫폼으로 뭉친다면?’ 배달기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하는 것은 물론, 이들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을 바꿔 더 많은 수익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배달대행 톱으로 우뚝…본격 사업 확장 나선다

아직 바로고는 업계 2위로 인식되고 있다. 퀵서비스 1위 업체인 인성데이타의 배달대행 브랜드 ‘생각대로’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간 주문 건수로는 1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업계 내부에선 ‘판도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월 기준 바로고의 주문 건수는 1650만건에 달한다. 지난 한 해 주문 건수는 1억3322만건이었는데, 이를 12개월로 나눠 계산한 월평균 수치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업 호황으로 모두가 성장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바로고의 증가세가 제일 가파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간 바로고의 성장 배경은 ‘이륜차 집중 전략’이었다. 인성데이타는 이륜차 외에도 다마스나 1t 트럭 등 중소형 화물사업까지 손을 뻗쳐왔다. 업계 3위 메쉬코리아(서비스명 ‘부릉’)도 서울 시내에 소규모 물류창고를 구축하고 사륜차로 신선식품 배송까지 나서는 등 물류기업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반면 바로고는 이륜차 공유·구독 서비스 ‘무빙’, 전기이륜차용 배터리 충전 시스템사업 등에 집중했다. 일각에선 변화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륜차시장 내에서 입지를 높이는 데에는 유효했다는 평가다.

그랬던 바로고가 올해부터는 이륜차 영역 밖에서도 변화에 나설 전망이다. 11번가·CJ그룹과 물류 시너지를 내기 위해 서울 주요 거점에 물류센터(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를 짓는다. 배송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을 시작으로 향후 25곳까지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신사업과 배송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대규모 인재 영입에도 나선다. 현재 바로고는 100명 규모의 인재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바로고 관계자는 “기존 배달음식 배송을 넘어 신선식품과 비(非)음식군 상품 배송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MFC사업 외에도 주방플랫폼사업 ‘도시주방’, ‘브랜드 딜리버리 컨설팅’, 배달패키지 유통사업 ‘바로고팩’, ‘온라인 식자재 유통’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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