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 소비위축 우려
사진은 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로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는 g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이는 부동산 가격,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당분간 가계대출 급증세가 이어질 것으로도 전망했다.
한은은 1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완화적 금융여건 지속, 주택 매매·전세 거래 관련 수요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가계대출의 높은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주택 관련 대출뿐 아니라 가계의 기타대출(신용대출 등) 역시 위험자산 투자 수요와 함께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같이 커지면서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18년 말 91.8%에서 2020년 말 103.8%로 뛰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국 중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2019년 이후 비율 상승 폭(12%포인트)도 노르웨이(15.4%포인트)에 이어 2위다.
금융위원회가 29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7월부터 전체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개인별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과도한 대출 방지를 위해 개인별 DSR 40%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른 조치다. 개인별 DSR 40% 적용 범위는 내년 7월에는 총대출액 2억원 초과, 2023년 7월에는 총대출액 1억 초과 대출자로 확대된다. DSR은 대출 심사 때 차주의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산하는 지표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을 포함한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 부담을 반영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 개인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주택 가격 상승을 꼽았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최근 주택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소득 등 기초 구매력과 상당 폭 괴리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올해 1분기 기준 수도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0.4배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고점(2007년 1분기·8.6배)을 크게 웃돌고 있다. 연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넘게 저축해야 수도권의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17년 이후 하락세를 보였던 지방의 PIR(4.9배)도 지난해 이후 빠르게 상승하면서 직전 고점(2017년 2분기·4.4배)을 넘어섰다.
이런 주택 가격 강세의 배경으로는 우선 ‘주택수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지목됐다. 낮은 혼인율 탓에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2015∼2020년 가구 수가 237만 세대나 늘어 신규주택 등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많은데,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 등 주택 공급에 대한 걱정이 부각되자 주택 매입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이례적 수준으로 완화된 통화정책 등 금융 여건도 차입 비용을 줄이고 예금 등 금융자산의 수익률을 크게 낮춰 주택 등 자산시장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주택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 상태가 장기적으로 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우려했다.
소비이론 등에 따르면 적정 수준의 부채는 효율적 자원 배분을 통해 소비를 늘리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원리금 상환 부담 등 때문에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IMF(국제통화기금)의 주요국 분석 결과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포인트(p) 높아지면 3∼4년 뒤 소비증가율이 0.3%포인트 가까이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지속적으로 상회하면서, 가계부채와 민간소비 간의 정(+)의 관계가 약화됐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금융불균형이 누증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동산 등 특정 부문으로의 자금 쏠림은 경기 변동성을 확대하고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는 금융불균형 상태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한은은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여신·투자 등)가 확대되고 있지만,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등 담보 비율은 주택가격 상승, 대출 규제 등으로 하락했고 국내은행의 자본 적정성과 손실흡수 여력도 대체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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