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적 산업화 굉장한 에너지 소비
짧은기간 많은 탄소배출량 가진 상황
급격·획기적 대응 지체할 시간 없어
재원 위해 기후영향평가제 신설돼야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탄소중립위원회 공동위원장)가 10일 서울 이촌동 노들섬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1회 ‘H.eco포럼(헤럴드환경포럼)’에서 ‘초국가적 기후 대응’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 |
“탄소중립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경제적 파국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제대로 대응하면 모든 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를 탄소중립으로 이끌 범정부 컨트롤 타워인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소중립위)의 윤순진 위원장은 10일 서울 노들섬 다목적홀에서 열린 H.eco 포럼에서 기후문제가 환경을 넘어 경제와 생존의 문제가 됐다며 이같이 역설했다.
윤 위원장은 ‘탄소중립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탄소중립을 어떻게 해야 할까?, 누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까? 등의 질문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윤 위원장은 “한국은 50년밖에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압축적 산업화를 수행해오면서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고, 그러다 보니 짧은 기간 안에 이렇게 많은 탄소 배출량을 가지게 된 상황”이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만 본다면 세계 7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누적 탄소 배출량은 세계 전체 배출량의 1%를 차지하며 16번째로 많다.
이에 한국은 작년에 탄소중립 선언에 참여했다. 지난해 7월 14일 그린 뉴딜을 포함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발표됐고, 같은 해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목표 선언’이 있었다. 탄소중립위는 이 목표를 위해 탄생한 대통령 직속 기구로서 최상의 민관 합동 거버넌스라고 볼 수 있다. 윤 위원장은 연설에서 “탄소중립위는 탄소중립 이행 기본법을 제정해서 문 대통령의 목표를 법제화해야 할 것”이라며 “탄소중립위의 역할과 권한을 확실하게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탄소중립 선언 국가들의 정책은 다른 국가의 산업과 경제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가 탄소국경조정”이라며 “탄소국경조정이란 수입품과 수입업체에 국내 온실가스 배출규제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수송 부문의 탈탄소화를 빠르게 진행시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탄소국경조정으로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다수 국가에서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대해선 환경보호 정책을 동반한 사회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윤 위원장은 “코로나19를 겪기 전은 물론 겪고 난 후 그린 뉴딜이 경기부양책으로 제시된 것은 탄소중립을 도외시한 경기부양은 수용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한국판 뉴딜도 탄소중립이란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그 무엇보다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2020년 말 기준 284개의 기업이 RE100을 선언했었는데, 오늘 기준으로 하니 6개월 사이 314개로 늘었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기업 평가나 투자 결정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RE100 선언 자체가 기업의 브랜드이미지와 연결될 뿐 아니라 참여 기업들이 협력업체들에도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요구하고 있어 세계 시장을 바꾸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SK 6개사와 아모레퍼시픽, LG에너지솔루션도 RE100에 가입했고 기업의 RE100 참여를 위해 전력구매계약(PPA)이 가능하도록 전기사업법도 개정됐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이 한국의 경제구조에 부담이 적지 않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수출의존도가 GDP의 37.5%에 이르는 데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6% 내외밖에 되지 않는 한국 상황에서 탄소국경세 부과나 RE100 기업 증가는 갈수록 상당한 부담이 된다”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에 경제활동은 탄소중립과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기후위기가 심각하게 진행 중인 비상상황인 데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급격하고 획기적인 대응 조치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때문에 더 이상 과거의 에너지체계나 사회 질서에 머무르면서 지체할 시간이 없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위원장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기후변화대응기금이라든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기후영향평가제 같은 제도가 신설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데 사회적 갈등이 너무 많은데 탄소중립위가 이러한 갈등 해결 위해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