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폐쇄적 보고·인사·연대책임 걸림돌”...軍 지침·징계 ‘있으나마나’
부대중심 지휘보고 체계 근본 문제
과도한 연대책임이 은폐 악습 불러
성고충 상담 지원시스템도 소극적
국방부, 예방 제도개선TF ‘뒷북대책’
지난 6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모 중사의 분향소에서 한 부사관이 조문하고 있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뒤 두 달여 만인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

군 당국이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군내 부실한 성폭력 대응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군 안팎에서는 보고절차와 처벌규정, 예방교육 체계는 이미 갖춰져 있어 부대 중심의 지휘·보고·인사체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7일 김성준 인사복지실장을 책임자로 ‘성폭력 예방 제도개선 전담팀(TF)’을 구성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는 “내부지침과 매뉴얼, 강력한 징계규정이 구비된 상태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인 은폐·부실수사와 2차 가해로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인 만큼, 군 지휘·보고 및 인사체계와 징계규정 등의 운영실태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대 중심의 인사평가 체계가 군내 성폭력 ‘은폐문화’를 심화하는 핵심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해군 장교는 “강력한 처벌규정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성비위 사건은 회식자리에서 발생한다”며 “이번 사건처럼 방역법 위반 회식과 그 와중 성추행이란 사실이 밝혀지만 20전투 비행단 지휘라인 전체가 줄줄이 징계를 받게 되기 때문에 부대 내 수사·감시조직인 공군 군사경찰에서부터 양성평등담당관까지 조사에 소극적으로 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성비위에 대한 상부 보고에서부터 감시·수사 모두 ‘부대 내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되레 처벌규정을 피하기 위해 은폐를 반복하는 문화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사건은 군의 ‘성폭력 예방활동 지침’과 법규상 마련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군 인사법’, ‘부대관리훈령’과 ‘양성평등담당관 훈령’ 등 각족 제도의 무력함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 2019년 각종 갑질과 성 관련 비위행위를 저지른 군인과 이런 사실을 알고도 은폐한 군인을 모두 강력 처벌하도록 명시한 군인사법 제10장 ‘군인징계령’은 은폐 의혹을 받는 제20전투비행단 레이더 정비반 노모 상사와 레이더 반장 노모 준위의 2차 가해를 막지 못했다.

군 징계령에 따르면 ‘성폭력’과 ‘성희롱’ 등은 징계를 감경할 수 없는 유형으로, 적발시 최대 ‘파면-해임’까지의 징계에 처해질 수 있다. 주요 비위행위 은폐 가담자도 마찬가지다.

군 징계령 제3조는 “성 관련 비행사실 또는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의3에 따른 부당한 행위를 은폐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징계감면이 안되도록 명시해 놨다.

피해자의 성고충을 상담하고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해줄 의무가 있는 부대내 양성평등관 역시 마찬가지다. 군 당국에 따르면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 중사가 장 모 중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본 지 사흘만인 3월 5일 관련 내용을 인지했다. 하지만 국방부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 전직 여성 부사관은 “결국 양성평등담당관도 부대 상관으로부터 인사평가를 받고, 함께 책임을 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피해자 지원을 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며 “연대책임도 필요하지만 과한 연대책임의 경우 은폐악습을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국방 당국자는 “지적된 부대차원의 책임비중과 징계 방안 등에 대한 시스템 정비도 이번 TF 검토 사안 중 하나”라며 “성폭력 대응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근본대책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TF 출범식을 주관한 김성준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은 “부대운영 전반에 관한 철저한 재점검과 제도개선을 통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군 조직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재연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