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 애플 직원들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시행하던 원격근무를 오는 9월부터 축소하겠다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결정에 반발하는 공개서한을 작성했다.

채용 결정처럼 애플 안의 각 팀이 근무형태를 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5개의 공식 요청사항도 담았다.

6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애플 직원들은 이런 내용의 서한을 쿡 CEO와 경영진에게 지난 4일 오후 발송했다. 인터넷 매체 더 버지(The verge)가 서한을 처음 입수해 보도했다.

더 버지에 따르면 서한 작성과 편집엔 약 80명의 애플 직원이 기업들이 주로 쓰는 메신저 슬랙(Slack)을 통해 참여했다.

쿡 CEO가 지난 2일 직원 대상 이메일에서 9월초부터 일주일에 사흘은 회사에서 일을 하라고 근무형태 변화를 주문한 게 집단 행동을 촉발했다.

쿡 CEO는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이들이 떨어져 이룰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말하자면, ‘서로’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빠졌다는 게 진실”이라며 “대부분의 직원은 월·화·목요일에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고, 수·금요일엔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애플 직원들이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9월부터 재택근무를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이에 반발하며 경영진에 보낸 서한의 일부 [더 버지 홈페이지 캡처]

더 버지는 이와 관련, 팬데믹 발병 전엔 재택근무를 허용치 않던 애플의 회사 문화와 견주면 제한이 완화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위터· 페이스북 등은 팬데믹 이후에도 영원히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고 직원들에게 지난 3월 밝힌 것에 비하면 여전히 더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직원들은 서한에서 “원격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보다 유연한 접근 방식을 선호한다”며 “유연성이 주는 포용성이 없다면 많은 이들이 가족과 웰빙, 최선의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이냐 애플의 일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쿡 CEO의 근무형태 변화 지침으로 일부 직원은 이미 일을 그만두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이다.

서한은 아울러 “지난 1년간 원격근무를 놓고 회사와 직원간 소통에 대해 의견이 전달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때때로 적극적으로 무시당했다고 느낀다”며 “유연근무에 대해 경영진이 생각하는 방식과 애플 직원의 생생한 경험 사이에 단절이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AP]

이어 “다른 회사처럼 ‘모든 사람이 집에서 영원히 일한다’고 선언하는 게 아니라 개별적인 리더가 팀이 최선의 일을 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공식적인 패러다임 정책을 선언함으로써 애플은 이 영역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서한은 또 미래를 위한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고 과감하게 선언하는 배수진을 치기에 이상적인 순간이라고 강력히 믿는다고도 했다.

서한은 사측과 대화를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5대 요구사항으로 ▷자율적인 원격 근무 결정 권한을 팀에 부여 ▷전사적 차원의 설문조사 실시 ▷원격 근무로 인한 직원 이탈에 대한 조사 ▷여러 근무형태를 통한 장애를 수용할 수 있는 명확한 계획 ▷회사 복귀로 인한 환경적 영향과 유연 근무가 이를 어떻게 상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 등을 꼽았다.

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