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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 한 방울로 260개 질병 진단” 실리콘밸리 ‘여자 잡스’ 결국 사기꾼이었나

2012년 극소량 혈액으로 260여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발표해 단숨에 실리콘밸리 스타로 떠오른 전 테라노스 CEO 엘리자베스 홈즈. 현재는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AP]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피 한 방울만 뽑으면 수백 가지 건강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2012년 실리콘밸리 벤처 기업 테라노스는 이 같은 문구로 단숨에 이목을 사로잡았다. 극소량의 혈액으로 260여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에디슨 키트’가 발표되자 비싼 의료비에 시달리던 미국인들은 열광했다. 특히 검은색 터틀넥을 즐겨 입으며 스티브잡스를 연상케 하는 금발의 여성 CEO 엘리자베스 홈즈는 단연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2014년 테라노스 기업가치가 90억달러(약 10조2200억원)를 넘으며 지분 절반을 보유한 홈스는 억만장자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그녀는 실리콘밸리 산호세 연방법원에서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신세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질병진단 고작 10개” 거짓 들통…‘여자 잡스’→실리콘밸리 희대 사기꾼
2014 미국 경제지 포춘의 표지를 장식했던 엘리자베스 홈즈 테라노스 전 CEO. 그해 기업가치는 90억달러(약 10조2200억원)에 달했다.[포춘 캡처]

의료기업 스타트업 테라노스와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는 2012년 ‘에디슨 키트’를 발표하면서 단숨에 실리콘밸리 스타로 떠올랐다. 피 한 방울로 수백가지 질병 진단이 가능하다는 획기적인 발표와 더불어 금발의 젊은 여성 창업자인 홈즈 그녀도 단연 주인공이었다.

1984년 미국에서 태어난 홈즈는 어린 시절 중국에서 오래 지냈던 덕분에 중국어에 능통했다.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화학을 전공하며, 재학 중에는 싱가포르의 한 바이오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스탠퍼드대를 자퇴한 뒤 2003년 의료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설립했다.

테라노스는 에디슨 키트를 선보인 뒤 단숨에 미국 전역을 사로잡았다. 미국 대기업뿐 아니라 미 국방부도 테라노스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많은 투자자, 기업가, 정치인들이 테라노스를 페이스북에 버금가는 위대한 스타트업이라고 칭송했다. 600만 달러 투자로 시작된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2014년 90억달러(약 10조2200억원)로 치솟았다. 테라노스 지분 절반을 보유한 홈즈는 단숨에 억만장자로 등극했다.

특히 금발의 젊은 여성 CEO인 홈즈 개인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주로 검정색 터틀넥을 즐겨 입는 스타일로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잡스에 비견됐다. 그는 뛰어난 언변과 낮은 목소리를 이용해 젊은 엘리트 이미지를 형성했다. 스탠퍼드대를 19세 중퇴한 이력은 하버드를 그만둔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 등 실리콘밸리의 여러 IT 수장을 떠올리게 했다.

홈즈와 테라노스의 승승장구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5년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테라노스 전 직원과 내부 고발자 인터뷰를 토대로 홈즈와 테라노스의 거짓을 폭로했다. 에디슨 키트를 통해 실제 진단할 수 있는 병은 10여개에 불과하고, 이외 질병은 다른 기업의 기기를 통해 가려냈다는 것이다. 테라노스의 기술적 결함이 드러나면서 홈즈와 테라노스의 명성도 하루아침에 막을 내렸다.

이듬해 테라노스는 주식 시장에서 퇴출당했으며, 홈스의 자산 역시 0원이 됐다. 2018년 홈스와 테라노스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라메시 서니 발와니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연기요청…“테라노스 부정적 기사 본 이들 배심원에서 제외해달라”
지난 5월 테라노스 전 CEO 엘리자베스 홈즈가 산호세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로이터]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홈즈는 재판부에 황당한 요구를 하며 빈축을 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홈즈는 배심원 선정 기준을 두고 “홈즈와 테라노스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본 이들을 배심원 선정에서 배제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또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이 테라노스 사기행각을 폭로하려고 할 때 이를 막기 위해 변호사와 상의한 이메일 내용도 증거로 삼지 말아달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앞서 홈즈는 지난 2월 임신을 이유로 법원에 재판 연기를 요청한 바 있다. 재판은 당초 7월 13일 시작 예정이었지만 7월 출산 예정으로 인해 6주 뒤인 8월 31일로 미뤄달라는 것이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미 세 차례나 재판이 연기된 뒤였다.

현재 홈즈와 테라노스 관련 재판은 실리콘밸리 산호세 소재 연방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의 사기극을 벌인 혐의로 주목을 받고 있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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