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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패 국가’ 되어가는 아프리카 거인 나이지리아
이슬람 극단세력과 분리주의자에 흔들리는 안보
부하리 대통령의 무능 더해져 상황 악화 가속화
연방 민주주의 개혁부터 쿠데타 필요성까지 나와
나이지리아 보르노주(州) 주도 마이두구리를 순찰 중인 민병대의 모습. [포린어페어]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가의 첫째가는 의무가 폭력 사용 권한을 독점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대신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해야하는 것이라면 나이지리아는 다른 국가 기능이 작동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첫 번째 의무에서 만큼은 실패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가 무장괴한에 의한 대규모 납치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나이지리아에 대해 한 마디로 내린 평가다.

인구 2억1400만명으로 아프리카의 거인으로 불리는 나이지리아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과 분리주의자들의 위협은 물론, 만연한 부패로 인한 경제 실패와 빈곤 증가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경제 규모가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나이지리아가 흔들리면서 국가 내부는 물론 서아프리카 지역과 아프리카 전역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슬람 극단세력과 분리주의자에 흔들리는 안보

나이지리아의 무함마두 부하리 정권은 중첩해 발생하고 있는 국내외적인 안보 위기들로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나이지리아 북부를 근거지로 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을 진압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나이지리아 정부군의 진압이 신통치 않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부르키나파소, 카메룬, 차드, 코트디부아르, 말리, 니제르 등 주변 국가까지 세력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나이지리아 정부의 군사력이 보코하람과의 싸움에 집중된 사이 6개 가량의 분리 독립 세력도 고개를 들고 있다.

분리주의 세력 중에선 비아프라가 대표적이다. 비아프라는 나이지리아의 한 부족인 ‘이보족’이 분리 독립을 선언하며 세운 공화국으로, 1967년부터 1970년까지 존립했다. 이 당시 분리 독립에 반대한 나이지리아는 비아프라를 침공했고, 끝내 1970년 비아프라는 나이지리아로 흡수됐다.

이 밖에도 대서양 기니만에서의 해적 행위로 인한 피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고, 무장 세력에 의한 유괴는 전국에 만연해 있다.

지난달 15일 나이지리아의 두 남성이 전통 복장을 입고 있는 모습. [AP]

앞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중부 니제르주(州) ‘살리후 탄코 이슬람 학교’에 무장괴한이 침입해 학생 200여명이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이지리아에선 작년 12월 이후 납치된 아동과 학생이 730명이 이른다.

부하리 대통령의 무능

상황이 이처럼 심각하지만, 정부를 이끄는 부하리 대통령은 사태를 수습할 능력이 없어보인다는 것이 포린어페어의 평가다.

실제로 수도 아부자와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몇몇 지역을 제외한 곳에선 정부와 협력하고 있는 지역 준(準) 경찰세력과 민병대가 사실상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다 많은 지역에서는 이미 무장세력과 범죄 조직들에게 통제권을 넘겨주며 법과 질서가 무너졌다.

여기다 석유 수입에 의존하던 국가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의한 유가 하락으로 붕괴 직전까지 내몰렸다. 이로 인해 나이지리아 국민 수백만명이 빈곤에 빠져들었고, 범죄율도 치솟았다.

부하리 대통령 역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인지한 듯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 [로이터]

앞서 지난 4월 부하리 대통령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미 아프리카사령부 본부를 독일에서 나이지리아로 이전할 것을 요청했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을 빌려 나이지리아 북부를 사실상 장악 중인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포린어페어는 “부하리 대통령이 나이지리아의 쇠퇴를 가속화시킨 부패와 경제적 실정 등의 문제를 보다 심도 깊게 다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연방 민주주의 개혁부터 쿠데타 필요성까지 나와

시간이 갈수록 나이지리아에서는 현재의 부하리 정권을 대신할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하거나, 국가 제도나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 출신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월레 소잉카 등 지식인들은 나이지리아에 진정한 의미의 연방 민주주의를 도입해 근본부터 국가를 재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몇몇 운동가들과 지식인들은 1914년 영국이 350여개의 부족들을 하나의 국가로 인위적으로 통합했던 것부터가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나이지리아가 여러 개의 독립 국가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또, 나이지리아 유명 논평가이 로버트 클라크는 현 정부를 대신할 군정 이행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8월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나이지리아인들이 남부 카두나주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력 사태에 대한 정부의 무대응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나이지리아는 지난 60년동안 총 7차례 쿠데타가 발생했다. 현재 정권을 장악한 부하리 대통령도 지난 1983년 쿠데타를 시도해 성공한 바 있다.

부하리 대통령은 이들 요구를 모두 일축했다. 정치인과 종교 지도자 등이 쿠데타를 조장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포린어페어는 “적어도 당분간 나이지리아 국민들은 자국 중앙 정부나 주 정부로부터 보호받기 힘들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나서 나이지리아의 민주주의 강화와 경제 재건을 위해 도움을 줘야하는 촉박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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