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州)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기념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오른쪽) 미 국방장관도 이날 행사에 함께 참석했다. [AP]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러시아와의 경쟁·긴장 관계를 ‘민주주의’와 ‘독재’의 싸움으로 규정하고, 미국이 이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州)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기념식 연설에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된 순국선열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며 “현재 위험에 처해 있는 전 세계 민주주의를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20여분간의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민주주의와 독재 간의 싸움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싸움”이라며 “민주주의는 미국의 영혼이자 목숨을 바칠 가치가 있는 영혼이다. 서구 민주주의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정체 상태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전 세계적으로 독재적 통치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자유와 기회, 정의는 독재국가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훨씬 더 잘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영혼은 우리가 최근에 본 최악의 본성과 더 나은 천사 간의 끊임없는 싸움에 의해 활기를 띠게 됐다”며 ‘나 먼저(Me first)’와 ‘우리 국민(We the people)’이란 개념 사이의 투쟁에서 미국민이 애국심을 발휘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평소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내세워 중국·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워온 최근 발언들과 일맥상통한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6월 16일로 예정된 미·러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8일에는 버지니아주 랭리-유스티스 공군기지 연설을 통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35년 이전에 미국을 패배시킬 것이라 굳게 믿지만 미국은 독특하다”며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강조, 경쟁에서 패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같은 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미 CNN 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미군은 중국 지도부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하는 말에 1분도 잠을 자지 않고 주시할 것”이라며 “미군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적들에게 결코 부드럽지 않을 것이라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가 배후에 있다고 추정되는 솔라윈즈 해킹 사건을 예시로 들며 “미국은 주요 사이버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공세적 선택권’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잇따른 공격적 발언에 대해 러시아는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세르게이 라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미국인들은 앞으로 수일 내에 모스크바에서 오는 많은 신호로 인해 불편할 것”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과 맞선 서부 국경에 군사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