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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펌 미투’ 피해자, 내 한 몸 못 지켰다 자책”…2차 피해 호소
이은의 변호사 “가해자 檢송치 직전 숨져”
“가해자, 추가 피해자 성폭력 사실 직접 얘기하면서
‘근데 미투 할 만한 것 아니잖아’ 발언도 해”
‘로펌 미투 사건’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의 입장 등을 발표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로펌에 근무하던 40대 변호사는 지난해 같은 로펌에 근무한 후배 변호사를 여러 차례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언론에 피소 사실이 보도된 지난 26일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같은 로펌에서 근무한 후배 변호사로부터 성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던 변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피해자 측이 2차 피해를 멈추고 수사기관의 사실 규명을 촉구했다.

피해자 A 변호사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변호사 입장문을 대독했다.

A 변호사는 “‘내 한 몸 못 지킨 내가 (변호사로서) 자격이 있을까’, 지난 1년간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고 혐오하게 된 것이었다”며 “가해자를 고소한 것은 자기혐오에서 저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수사기관과 사법부에서 ‘나는 나를 혐오할 필요가 없다’는 걸 확인받고 싶었다”며 “그러나 검찰 송치만을 앞두고 가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또 A 변호사는 그동안 가해자가 행한 위력에 대해서도 호소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성폭력을 행사하며 ‘한 다리 건너면 서초동 대표들을 다 안다’고 했고, 유력 법조계 인사들과 친분도 과시했다”며 “가해자는 죽음으로 제게 위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가해자의 자살은 신상 유포 계기가 됐고, 저는 모든 용기를 끌어모아 당당하고 적법하게 고소했지만 가해자 자살로 악의에 찬 질문과 의혹 어린 시선이 남아 있다”며 “저는 최종 결론을 내린 서울 서초경찰서의 판단과 이를 근거로 한 검찰의 입장을 알고 싶다”고 촉구했다.

이어 “피해자로서 이미 이뤄진 수사 내용을 알 정당한 권리가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자들이 목숨을 끊으며 죄를 숨기는 계기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대인 A 변호사는 초임 변호사로 근무하던 중 소속 로펌의 대표 40대 B 변호사로부터 10차례 이상 성폭행 피해를 봤다며 지난해 12월 16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등으로 B 변호사를 고소했다.

A 변호사 측에 따르면 2019년 3월 31일부터 4월 26일까지 B 변호사는 2차례의 강제추행, 4차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4차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A 변호사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지난해 6월 15일 해당 로펌에서 퇴직했다.

그런데도 B 변호사는 지난해 9월까지 A변호사에게 만남을 요구하며 연락을 지속해 왔다. 이은의 변호사는 “피해자와 가해자 간 업무적인 것 이외에 사적인 관계는 전혀 없었고, 사적인 소통을 나누는 사이도 아니었다”며 “피해 발생 첫날인 2019년 3월 31일 당시에도 피해자가 오지 않자 남자친구가 계속해서 전화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고소 이후 지난해 12월 31일 첫 피해자 조사를 받았고,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난달 23일 B 변호사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이은의 변호사는 “경찰은 피해자에 대한 추가 조사 직후 그 주에 검찰로 기소 의견을 송치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고 했다.

A 변호사 외에도 B 변호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한 수습 변호사 또는 초임 변호사 등 추가 피해자도 최소 2명 이상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은의 변호사는 “피해자 외에 추가 피해자가 적어도 5인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수사기관의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이은의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8일 A씨는 추가 피해자 두 명의 이름, 연락처, 피해 사실 등을 파악하고 관련 증거를 서초서에 의견서로 제출하고 경찰의 추가 수사를 요청했다.

B 변호사는 A 변호사에게 “이런 일도 있었지만 미투 할 만한 거 아니잖아”라며 자신이 다른 여성 변호사에게 저지른 범죄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이은의 변호사는 “피해자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도 ‘변호사가 공인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닌 개인에 대해서 언론 플레이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피해자의 성폭행 피해 공론화가 피의자를 사망하게 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가해자의 사망으로 당장 고소 사건은 종결됐으나 피해자가 짊어질 2차 피해는 언제 끝날지 모를 현재진행 중의 고통이 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은의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에 피해자 보호 조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실무수습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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