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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페놀 검출’ 아파트 입주자대표, 대책 촉구 주민들 고소 [촉!]
성산시영 입주자대표회장 명예훼손 혐의 주민 고소
마포경찰서 ‘페놀대책 촉구’ 입주민 3명 수사 착수
“포스터 속 특정 이미지가 A씨 연상케 해” 주장
주민들 “페놀 위험성·사태 심각함 알리려 제작”
작년 11월 해당 아파트 페놀 검출 기준치 초과
주민들 “공사 속도 지지부진…피해 심각” 호소
경찰 로고. [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성산시영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페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주민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공사 이후 온수에서 기준치 이상의 페놀이 검출돼 논란이 됐다.

3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A씨는 페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주민 3명을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소했다. 주민들이 내놓은 포스터 속 특정 이미지가 A씨를 연상하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출석해 조사를 받은 피고소인들은 “피해를 본 주민 다수가 페놀의 위험성과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공익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포스터를 제작했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성산시영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온수탱크의 내부 코팅·배관 교체 공사 이후 악취 문제가 제기되며 ‘페놀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약 1120세대(8개 동 약 3000명)가 한겨울 온수를 사용하지 못하고 피부질환 등 각종 신체적 피해를 겪었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아파트관리사무소를 통해 수질검사를 요청해 지난해 12월 중순 아파트 1개동을 표본으로 확인, 기준치(0.005㎎/ℓ)를 뛰어넘는 페놀 0.006㎎/ℓ를 검출했다.

이후 올해 1월 21일 열린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이하 대표회의)에서는 온수탱크 1개통에서 기준치의 8배 가까운 0.039㎎/ℓ 페놀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추가로 입주민들에게 공유됐다. 탱크 내부를 확인한 일부 입주민이 부실 시공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주민들이 ‘온수탱크 교체 요구 안건’을 대표회의에 제안했고, 이 안건은 회의 당일 통과됐다.

다만 탱크 교체를 위해선 추가로 아파트 소유주(집주인) 50% 이상의 동의서(소유자들이 적립한 장기수선충담금으로 탱크를 교체하는 건)를 추가로 받아야 했다.

올해 2월 초 서울 마포구는 ‘긴급공사’를 허용하는 공문을 아파트에 전달했다. 긴급공사를 허용했다는 말은 아파트 소유주 50%이상 동의를 얻지 않아도 일단 탱크 교체공사를 먼저 하고 이후 동의서를 받아도 된다고 구청이 허락했다는 뜻이다.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에 걸린 페놀 문제 해결 촉구 현수막. [김지헌 기자/raw@heraldcorp.com]

그런데 올해 2월 25일 열린 대표회의 결과 긴급공사가 무산됐다. 당시 입주자대표회장이 “아파트 소유주 중 한 명이라도 ‘누가 공사하라고 했냐’며 소송 걸면 우리가 책임져야 할 것 아니냐”는 취지에 말을 했고 이에 동조한 몇몇 동 대표가 긴급공사 반대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이다.

긴급공사가 좌절됐으나 주민들은 3월 중순 50%이상의 소유주 동의를 먼저 얻어내, 탱크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공고를 내게 된다. 그러나 두 차례 정도 해당 입찰은 유찰됐다.

같은 시기 마포구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이 아파트 8개동에 대한 수질검사를 의뢰했고, 연구원은 올해 3월 25일 4개동에서 먹는 물 수질 기준인 0.005㎎/ℓ 이상의 페놀이 검출됐다고 통보했다. 특히 1개동에서는 기준치의 10배에 가까운 0.049㎎/ℓ의 페놀이 나왔고, 다른 3개동에서도 각각 0.029㎎/ℓ, 0.018㎎/ℓ, 0.007㎎/ℓ의 페놀이 검출됐다.

이 결과를 접한 이 아파트의 성산시영페놀온수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올해 3월 30일 온수탱크 공사를 진행한 시공사와 감리사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최근까지도 온수탱크 교체를 위한 시공사 선정 작업이 진행되지 않자 대책위는 대표회의 등 주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 중인 상태다.

대책위 소속 한 입주민은 “관리사무소와 대표회의가 시공사들에게 e-메일로 입찰 공고를 알리고 적극적으로 시공사를 찾아나서지 않아 공사가 지연돼 여전히 주민들이 페놀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벌써 페놀이 발견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대표회의 측이 주민 안전과 관련된 선관 의무를 게을리해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주자대표회장은 업체를 새로 선정하려고 하기보다 지난해 11월 부실 시공을 한 시공사에 재시공을 맡기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공사 지연으로 주민 피해가 커지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대표회의 측 내선으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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