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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방역모범 대만의 역설, 백신 노마스크 서두를 이유 없다

코로나19 방역모범국 대만이 최근 백신 부족과 확진자 증가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사실은 많은 걸 시사한다.

대만은 세계가 인정하는 코로나19 방역모범국이다. 2002년 중국발 사스 사태로 난리를 치른 경험 때문이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중국과의 접촉 차단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다. 마스크도 넉넉히 준비했고 거리두기도 확실히 지켰다. 그 결과, 2000만명이 넘는 인구에도 감염을 확실히 통제할 수 있었다. 하루 확진자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사망자는 더 적었다. 전 세계가 ‘T-방역’을 부러워할 만했다.

그런 대만이 이달 들어 확진자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 확진자는 수백명대로 급증했다. 27일에는 600명이 넘었다. 병실은 모자라는데 지역사회 내 감염과 전파도 급속히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제는 한국과 입장이 뒤바뀌었다. 25일 기준 한국의 주간 평균 확진자는 100만명당 11.73명이지만 대만은 19.17명이다.

대만이 방역모범국에서 위험국으로 전락한 원인은 분명하다. 느슨해진 방역 의식 때문이다. 사람들은 ‘코로나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증상이 있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사들조차 경각심을 잃고 역학조사도 하지 않았다. 정부는 백신 수급에 미온적이었다. 국민과 의료진, 정부 삼위일체로 해이해졌다는 얘기다.

그러니 전파력이 거의 2배나 높은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횡행하자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버린 것이다. 급기야 백신 없는 대만 정부는 노마스크 외출 시 최고 1만5000대만달러(약 6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음식점은 포장 판매만 하게 했다. 결혼피로연도 금지했다. 안일해진 방역의 대가는 이처럼 혹독하다.

방심은 금물이다. 코로나19는 순식간에 확산된다. 방역모범국에서 후진국으로 추락하는 것도, 부러움이 조롱으로 바뀌는 것도 한순간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고 내놓은 ‘인센티브’는 우려를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7월부터 1차 접종자와 예방 접종 완료자 모두에게 야외 노마스크를 허용하는 건 성급하다. 면역 형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방역 경각심을 무너뜨릴 수 있다. 다행히 방역 당국은 6월 말까지 1300만명 백신 접종목표에 미달할 경우 야외 노마스크 인센티브를 재검토키로 한 모양이다.

마스크는 1차 방역이다. 95%의 감염 차단 효과를 가진 최고의 예방책이다. 지금껏 한국이 방역에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도 질 좋은 마스크와 철저한 착용 의식이었다. 집단면역의 갈 길이 먼데 정부가 먼저 노마스크를 부추길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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