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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잘알’ 이준석 바람에 野 통합도 흔들?…이준석-안철수 악연 주목[정치쫌!]
2016년 노원병서 격돌…2018년엔 한솥밥
공천갈등에 앙금…李, 4·7 재보선 땐 ‘安 저격수’
이준석, 국힘 당대표 여론조사서 1위 ‘돌풍’
권은희 “李, 외관만 청년…야권 통합 부정적”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돌풍’을 일으킬수록 국민의당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당장 전당대회 이후 야권 통합 논의가 예정됐지만, 벌써부터 “이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당대표가 된다면 야권 통합은 부정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전 최고위원 역시 “소 값은 잘 쳐드리겠다”며 국민의당이 요구하는 ‘당대당 합당’에는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이의 과거 악연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시작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 최고위원과 안 대표의 20대 총선에서 ‘보수의 험지’로 꼽히는 서울 노원병에서 맞붙었다.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 전 최고위원은 ‘녹색돌풍’을 일으켰던 옛 국민의당 후보 안 대표에 패배했다.

2018년에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한 바른미래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때는 서울시장 선거와 재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졌는데 안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로, 이 전 최고위원은 다시 한 번 노원병 후보로 나섰다.

‘적’에서 ‘동지’가 됐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당시 바른미래당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과 안 대표 사이에 서울 송파을과 노원병 등의 공천을 두고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유 전 의원은 노원병에 이 전 최고위원을, 안 대표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후보로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안 대표의 부인 인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노원병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김근식 교수를 지원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김 교수가 사퇴하며 공천 갈등은 일단락 됐지만 앙금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이 전 최고위원은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밀려 노원병에서 낙선했고, 안 대표 역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뿐만 아니라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에도 뒤지며 3위에 그친 안 대표는 미국으로 떠났다. 이후 내홍을 거듭한 바른미래당은 끝내 사분오열됐고, 유승민 전 의원이 이후 언론인터뷰 등에서 “정치를 하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국민의당과의 합당”이라고 토로한 것도 유명한 일이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babtong@heraldcorp.com

이러한 악연이 영향을 미친 듯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4·7 재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 대표의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스스로를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들)’로 자처하며 안 대표의 행보에 대해 “용두사미식으로 끝날 것”이라고 폄하했다. “야권 전체로 봤을 때 A급 X맨”이라고도 했다.

안 대표가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상왕”이라고 꼬집었을 때도, 이 전 최고위원이 “(안 대표는) 본인을 조종하는 '여자 상황제'가 있단 말은 들었나”고 역공을 가했다. 안 대표의 부인 김 교수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의 선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전날 MBC라디오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외관은 청년이지만 사실 기득권 정신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지난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선거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러한 기득권 정신으로는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야권 통합을 이뤄내길 기대할 수 없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야권 통합(합당)에는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실무 논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로 미룬 상태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대표가 되면 개인적 감정을 접어두고 안 대표와 통합 논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당이 요구하는 ‘당대당 통합’에는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KBS라디오에서 “안 대표는 훌륭한 대선주자이자 자원이기에 꼭 저희당과 함께하면 좋겠다”면서도 “안 대표가 국민의당 전력의 99.9%라고 생각하기에 굳이 비유하자면 ‘소 값’은 후하게 쳐드리겠지만 갑자기 급조하고 있는 당협 조직이나 이런 것들은 한 푼도 쳐드릴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이 통합 논의를 앞두고 전국 253곳 지역위원장을 공모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김근태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즉각 “정권 탈환을 위해 야권의 소중한 동지로 함께 해야 할 국민의당에 소값 운운하며 막말로서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저열한 생존전략의 결과물은 똑똑한 분이시니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알 것”이라고 받아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당대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야권 통합 논의 역시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전제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통합 논의 자체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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