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 “기후위기 모두의 삶에 영향...경제·환경 함께 가는 게 해법”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장’ 내정자 인터뷰
6월 10일 H.eco포럼서 ‘초국가적 대응’ 촉구 예정

환경문제, 세계질서 근본적으로 바꿀 것
친환경·고품질 생산력 갖춘 한국에 기회

탄소중립위원회, 환경과 일상 연결 통해
세금 개편·온실가스 관련 인벤토리 구축

마구 내뿜었던 온실가스 큰 비용 수반
‘공짜 점심은 없다’는 사실 깨닫는 계기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내 아이 미래없어
시민, 가치공유 통해 행동의 주체로 서야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방식이 아니면, 이젠 환경 숙제도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대통령 직속기구인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된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의 일성이다. 윤 교수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전에는 경제가 뒷전이고 환경이 먼저라고 생각했지만, 기후위기시대에는 이 둘이 같이 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내달 10일 열리는 제1회 H.eco포럼(헤럴드 환경포럼)에서 초국가적 기후대응을 주제로 연설에 나서는 윤 교수는 환경과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재차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투자운용사인 블랙록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위배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주식시장에서도 재생에너지 분야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이런 사회적 변화가 우리나라에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친환경적이고 고품질인 상품을 세계가 원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기술을 이미 갖췄다고 자신한다”고 했다.

윤 교수는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를 언급하며 “도시가 농촌의 에너지를 ‘수탈’하는 개념이 아니라, 농촌이 오히려 스스로 변화해 도시가 농촌 에너지에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제언했다. 농촌이 활력을 찾고 젊은 인구가 농촌으로 돌아간다면 작물과 전기를 생산하며 경제적 활력을 찾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시나리오다.

▶“탄소중립위원회, 환경과 시민 일상을 연결지어야”=윤 교수가 국무총리와 함께 공동 위원장을 맡은 대통령 직속기구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오는 29일 출범할 예정이다. 탄소중립원회는 국가기후환경회의, 미세먼지특별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등 기후·환경 위원회가 통합된 형태로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국제적인 탄소 감축 목표 등을 세우는 역할을 책임지고 맡게 된다.

윤순진 내정자는 탄소중립위원회에 거는 가장 큰 기대로 ‘공론화’를 꼽았다. 그는 “탄소중립이라는 용어가 많이 일반화되어 있긴 하지만 사람들은 왜 탄소중립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며 “‘내 삶’과 탄소중립이 긴밀하게 연결된 문제인데 잘 연계시키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환경문제는 세계경제 질서를 바꾸기 때문에 결국은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사실을 공론화하는 역할을 탄소중립위원회가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대적 과제인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이뤄내야 한다는 의지도 보였다. 윤 내정자는 “파리협정은 2015년 11월 채택돼 2016년에 발효됐다. 올해부터 파리협정에 기초한 새로운 국제 레짐이 시작된다”며 “5년에 한번씩 국가적 목표도 상향해야하는데 탄소중립위원회가 그런 역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무엇보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실권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언하고 약속한다고 해서 환경 레짐이 지켜지는게 아니다”며 “왜 그동안 지켜지지 못했는가를 성찰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2030 탄소 감축 목표도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며 “매년 점검하고, 부처간에 협력을 주도하고, 정부와 공유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위원회가 이행 과정을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기업·시민 역할 다 다르다...룰 세터(Rule setter) 될 것”=탄소중립위원회가 이뤄야 할 세부 목표로는 세금 개편·온실가스 관련 인벤토리 구축 등을 꼽았다. 인벤토리는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일종의 목록이다.

그는 “공짜 점심은 없다”며 “그동안 내뿜었던 온실가스가 비용이 수반되는 문제라는 걸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또 “온실가스가 어디서 얼마나 배출되는지 국가 통계가 나오고 있지만 개별 시·군·구 차원으로 내려가 세세하게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연구 기반이 잘 구축돼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에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인벤토리를 잘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정부, 기업, 시민 중 누구의 역할이 가장 큰가’라는 질문에는 “적절하지 못한 질문”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세 주체의 역할이 다르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정부는 협상을 진행하는 ‘룰 세팅(Rule setting)’ 역할을 하고, 기업은 생존을 위해 어젠다를 따라가며, 시민은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쓰겠다는 RE100 캠페인을 위해서는 “주민들이 ‘이익공유’ 이전에 ‘가치공유’를 통해 변화의 주체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해외에서는 농촌을 ‘에너지 자립도시’로 만들어 전기를 자급자족하고 수출도 한다”며 “독일 펠트하임에는 37가구밖에 살지 않지만 인근에 전기를 팔아 수익을 남긴다”고 설명했다.

또 “RE100 연구를 위해 실시된 설문조사를 보면,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는 이유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라며 “이제 RE100은 소비자 주권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세상은 바뀌고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에 소비자 주권 행사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윤 교수는 지구를 덮친 코로나19를 언급하며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안일한 인식을 다시 한 번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후변화보다도 미세먼지 등을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금방 체감되고 자신의 건강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야말로 환경이 우리 삶에 영향끼치는 심각성을 보여준다. 개발에 몰두하며 숲이 줄어들고 야생동물이 인간의 거주지로 유입되며 인간이 숙주가 된 것”이라며 “내가 행동하지 않았을 때 환경이 내 아이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홍승희 기자·사진=박해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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