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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입마개 확대 필요한데”…‘기질 평가’ 법안은 제자리[촉!]
개 물림 사고 지속…시민들 불안 커져
농축산부는 ‘기질(공격성) 평가’ 법안 확정 못해
전문가들 “입마개 착용 견종 범위 넓혀야” 지적
“기질 평가 통해 개체별 위험성 맞는 조치 해야”
입마개한 개의 모습. [123rf]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입마개를 하지 않은 반려견으로 인한 개 물림 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마개가 가능한 반려견의 종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개 물림 사고 예방책으로 거론되는 ‘기질(공격성) 평가’ 시행이 요원한 점 역시 문제라고 지적한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초에 발표한 ‘동물복지종합계획’(2020~2024년)은 개 물림 사고 예방책인 기질 평가 방안 체계를 도입하는 시점을 2022년으로 예정하고 있다. 기질 평가란 개 물림 사고를 일으키거나 다른 사람을 위협한 위험한 개의 공격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평가된 내용은 개의 행동 교정, 안전장치 사용, 안락사 등 조치를 위한 기반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정부 입법 개정안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다. 당장 법제화해도 실제 시행은 2023~2024년이 돼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질 평가 위원회를 구성하고, 전국적으로 공통된 기질 평가 가이드라인을 합의해 만드는 데에도 1~2년이 추가로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시민들은 불안은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소형견을 물어 죽인 로트와일러 견주에게 벌금 600만원이 선고됐단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서초구에 사는 30대 여성 오모 씨는 “맹견을 관리하지도 못하는 사람은 도심에서 늑대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멋진 개를 키운다는 명목으로 입마개 없이 산책시키거나 풀어 키우는 경우가 여전해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해마다 5~8월은 개에 물려 구급차에 실려가는 사고 건수가 급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에도 252건의 구급차 이송 사건이 있었다. 서울의 한 소방서 관계자는 “통상 200건에 못 미치던 사고 건수는 5~8월에 200건을 훌쩍 넘어선다”며 “주의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개 물림 사고 환자 이송 현황.(최근 3년간 3~9월 월별 건수) [소방청 제공]

전문가들은 ‘입마개를 하는 개의 범위’를 제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동물보호법이 입마개를 하도록 규정한 맹견의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란 지적이다. 국내법상 맹견으로 분류되는 종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5종과 이에 대한 잡종견 뿐이다.

박주연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이사는 “현재와 같이 제한된 품종에만 입마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사고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품종을 구분하지 않고 ‘위험한 개’를 평가하는 제도(기질 평가 등)를 도입하고 입마개 사용 의무화 정도를 사회적으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주은 동물행동권 카라 정책팀장은 “(현행 법처럼)다섯 품종을 맹견으로 지정한 것이 오히려 그 이외의 개들은 물지 않는다는 프레임을 만들었다”며 “모든 개는 물 수 있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법상 맹견에 속하지 않는 진돗개도 온순하다가 어느 순간 사람과 개를 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에서 한가롭게 개와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 김지헌 기자/raw@heraldcorp.com

조성진 한국애견훈련학교 대표는 “입마개를 하는 개의 범위를 지금보다 넓힐 필요가 있다”며 “현재 법제화된 맹견 품종만으로는 사고 예방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는 품종이 아니라 개체별 기질 평가를 통해 위험성을 판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품종에 관계없이 유기견의 경우, 이전에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갑자기 사람을 물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무엇보다 개 주인의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 역시 진행돼야 한다”며 “견주와 개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개 물림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법상 규정된 맹견에 대해 입마개·목줄 조치 단속부터 행정기관이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단속 활동만으로는 개 물림 위험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물보호 담당 부서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안전장치 없이 맹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은, 사람들이 한적한 시간대를 골라 밖으로 나와 단속이 쉽지 않다”며 “그러다 급작스럽게 사고가 난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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