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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리톤 정경 “난 세상-클래식 잇는 ‘클래식 유나이터’ ”
“클래식, 진입장벽 낮춘 대중과의 접점 필요”
오페라에 현대예술 드라마 더한 ‘오페라마’
세상에없던 콘텐츠로 대중화의 길 이끌어...
성악가·방송인·음반사 임원까지 광폭 행보
“다음 세대에 더 나은 음악환경 주고파”
무대와 방송을 넘나들며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서는 바리톤 정경은 전에 없던 콘텐츠를 만들며 클래식과 세상을 연결하는 ‘클래식 유나이터’다. 박해묵 기자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에 난데없이 클래식 방송이 등장했다. “열에 아홉은 재미없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음악의 바다’ 한가운데 등장한 최초의 클래식 오디오 콘텐츠는 정경의 ‘브라보 클래식’. ‘아는 만큼 들린다’는 클래식의 세계에 스토리가 더해지자 ‘듣는 맛’이 달라진다. ‘웬 클래식?’이냐는 의아한 마음에 시도한 ‘클릭 한 번’이면 이 사람의 매력에 빠지기에 충분하다. 바리톤 특유의 깊은 음성에 경쾌함이 더해졌다. 1년에 150회 이상 토크콘서트를 진행해온 달변가의 개그 코드는 덤이다.

“안녕하세요! 제가 100㎏이에요. 0.1톤 돼지입니다.” 무대에선 ‘웃음 지뢰’ 노릇을 톡톡히 해온 ‘셀프 디스’도 철저한 전략이다.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선 무조건 재밌어야 해요. 사람들은 클래식에 거리감과 부담을 느껴요. 환상은 유지하되 거리감을 좁히는 광대가 돼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지루하고 어렵기만 했던 클래식이 그의 입을 거치면 이색적인 콘텐츠가 된다.

플랫폼을 넘나들며 ‘클래식 대중화’의 선두에 섰다. “사람들은 클래식은 예술의전당에서만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어요.” 스스로 ‘클래식계의 백종원’이 되기를 자처하는 바리톤 정경을 만났다.

▶ 클래식계 이단아, 클래식 유나이터 꿈 꾸다=정경은 직업도 많고, 이름 앞에 따라오는 수사도 많다. 성악가이자, 교수이며, 글로벌 음반사 워너뮤직코리아의 임원(이사)이다. 클래식계를 대표하는 ‘방송쟁이’( ‘정경의 클래식 클래식’(EBS), ‘브라보 클래식’ 진행)인 데다, 삼일절, 현충일 등 각종 국가 행사는 물론 UN에서도 섭외 1순위인 주인공. 성악가로 음악계에 첫발을 디뎌 17장의 음반을 냈고 카네기홀, 메트로폴리탄 무대를 섭렵했으면서도 ‘클래식계의 이단아’로 불린다. 그의 행보는 시원시원한 언변만큼이나 거침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오페라 티켓 판매율이 어느 정도나 될까요? 국내 최대 국립공연장에서 1%대예요. 엄격히 말하면, 망한 사업과 다름 없어요.”

‘엄숙주의’가 팽배한 클래식계에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지난한 가시밭길을 걷는 것과 같다. 정경은 그 험난한 길에 기꺼이 뛰어들었다.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그는 전에 없던 콘텐츠(오페라마)를 만들고,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제가 하는 일에 부정적인 시각도 많지만 누군가는 십자가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과 클래식을 연결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클래식 유나이터(통합자)가 되기로 한 거예요. 고리이자 링크인 거죠.”

정경의 도전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성악을 시작한 것은 열아홉 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늦게 시작한 만큼 힘든 부분도 있더라고요. 이 세계에 들어와 보니 무대와 상관없는 것으로 규정을 하더라고요. 어느 학교 출신, 누구 제자, 유학한 나라.... 관객과 만나기 위해선 필요 없는 조건인데 그들만의 카르텔로 꽉 차있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그걸 신선하게 흔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역사적으로 판을 뒤집은 것은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였으니까요.”

▶새로운 콘텐츠로 흔든 판...“다음 세대의 롤모델 되고파”=판은 흔들렸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자, 클래식계에 새로운 바람이 일었다. 오페라와 드라마를 융합한 장르 ‘오페라마’는 2010년 특허청에 출원까지 했다. “대중문화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각하고 발전하는데 클래식은 멈춰있어 대중과의 거리가 멀었어요. 클래식과 대중 사이의 허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오페라마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어요. 저만의 콘텐츠가 필요하기도 했고요. 아무리 유명해져도 인지도 높은 성악가와 음악계의 카르텔을 뛰어넘긴 힘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오페라마는 넘버원 싸움이 아니라 온리원 싸움이거든요.”

정경이 연구한 오페라마는 고전예술인 오페라와 현대예술인 드라마를 함의한 장르다. “장르간의 컨버전스인거죠. 오페라는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됐고, 드라마는 20세기 미국에서 시작됐다면, 오페라마는 21세기 한국에서 시작된 거죠. 이걸 역수출해보자고 마음 먹었죠.”

오페라마 콘텐츠로 ‘토크 콘서트’를 여는 그는 기업, 기관 등의 단골 강연자다. 기업에서 원할 만한 ‘맞춤형 강연’은 정경의 최대 강점이다. “예술을 관람하는 사람들은 내 환경에서 그것을 받아들여요. 예술이 가진 힘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도움을 줘야 해요. 삼성은 반도체를 발전시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된 만큼 ‘도전과 혁신’을 주제로 베토벤의 이야기를 해요. 청력을 잃어가면서도 아홉 개의 교향곡을 쓴 베토벤 정신이 삼성과 안성맞춤이죠.”찰떡 강연 덕에 정경은 삼성에서만 무려 200번의 강연을 했다.

그는 “선미씨의 노래처럼 ‘24시간이 모자라’”다고 말한다. 이날만 해도 라디오와 콘텐츠 녹음을 4개나 했다. 일본과의 문화 교류 등 글로벌 프로젝트 준비와 저서 집필에도 여념이 없다. 최근엔 컨선월드와이드 친선대사로 발탁돼 그의 꿈인 아프리카를 돕는 일에 한 발 다가서게 됐다. 아프리카에 오페라마 극장을 세워 인류의 문화를 통합하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 정경이 가고자 하는 길이다. 이 역시 ‘클래식 유나이터’로의 행보다.

“예술가로 활동하다 보면 늘 과한 대접과 과분한 사랑을 받아요. 가끔 ‘내가 잘나서 그런가’ 착각할 수도 있어요. 그게 아니거든요. 제가 표현하는 작곡가와 작품이 대단한 거지, 전 그들과 대중을 연결하는 플랫폼이자 껍데기예요. 지금은 롤모델이 없는 시대라 생각해요. 제가 힘든 길을 가는 것은 누군가에게 롤모델이 돼주기 위해서예요. 이 길이 다음 세대에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유산을 남기는 것이라 생각해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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