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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플러스]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팔레스타인 분쟁 “더 폭력적인 시대의 서막”
휴전에 합의했지만…끝날 수 없는 전쟁
‘적대적 공생 관계’ 네타냐후와 하마스
“근본 문제, 안 건드려”…“2국가 해법”
이스라엘 전차가 휴전 직전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 지구를 향해 불을 뿜고 있다.[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열흘간 이어지면서 260여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등 전면전 비화 가능성에 전 세계가 긴장했다. 다행히 이집트와 국제연합(유엔·UN)의 중재로 휴전에 전격 합의, 2014년 양측 충돌 사태가 장기화된 ‘50일 전쟁’의 재연 가능성은 사라졌지만, 양측의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휴전 합의…싸움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상의 평온을 되찾는 휴전 합의를 환영하지만, 그 휴전이 지속되지 않을 거라는 점은 유감”이라고 촌평했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갈등은 이제 일상이 돼 버렸다”면서 “이슬람 무장 세력인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주도권을 장악한 2007년 이후 양측은 총 4번의 큰 전쟁과 여러 차례의 소규모 전투를 치렀고, 수천여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희생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충돌은 예루살렘에서 시작됐는데, 예루살렘이 아니었다면 다른 장소에서 무슨 이유를 들어서건 일어났을 충돌”이라면서 “양 세력은 기존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전쟁의 논리에 갇혀 위기가 영원히 계속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1948년 5월 14일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 불거진 양측의 갈등은 70년 넘게 뚜렷한 결론 없이 지속되고 있다.

1945년 현 이스라엘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팔레스타인은 1947년 국제연합(UN)의 분할 중재안에 따라 국토의 절반 가량을 잃었고,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선언에 아랍권 국가들이 반발하며 일어난 1차 중동전쟁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난민이 됐지만, 딱히 손쓸 방도가 없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패전하면서 주요 지역들을 이스라엘에 추가로 빼앗겨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서안지구) 일대만 남겨뒀고, 그마저도 시간이 갈수록 축소돼 현재 서안지구는 과거 대비 매우 축소된 규모다.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들 사이에 발발한 이른바 중동전쟁은 1948년 1차, 1956년, 1967년, 1973년 총 4차례 이어졌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는 2008년 이후 총 4차례의 전쟁(2008년, 2012년, 2014년, 2021년)에 준하는 무력 충돌 사태가 빚어졌다. 이코노미스트가 언급한 ‘2007년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4번의 전쟁’은 이달 발생한 분쟁 포함 이 4번의 충돌을 지칭하는 것이다.

미 국제관계 평론지인 포린어페어스(FA) 역시 이번 분쟁은 “더 폭력적인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휴전에 합의했지만…끝날 수 없는 전쟁=FA는 이번 분쟁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2개 국가의 공존 가능성 실험은 끝이 났다면서 “이번 분쟁은 이 정도에서 종료되겠지만, 이번 무력 충돌의 여파는 깊고도 오래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평론지는 이달 시작된 양측의 공방은 계획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었고, 여러 작은 충돌이 단계적으로 고조된 결과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불가피한 갈등이 아니었던 작은 사건들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어느 한 순간 갑자기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양측 당사자는 물론, 평화협상을 중재하던 국제사회도 더 이상의 중재 노력은 의미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을 것이라고 매체는 예상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의 갈등 만이 이번 사태의 주 원인인 것도 아니었다. 이번 충돌의 배경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내부의 정치적 이해관계, 무위에 그친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

총 15년간 장기 집권해 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우파 연정 구성에 실패해 정치생명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차기 정부 구성권을 중도파가 주도하는 ‘반 네타냐후’ 연대 세력에 넘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뢰, 배임, 사기 등의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퇴임 직후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네타냐후 측근들이 그의 임기 연장을 위해 이번 가자 공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결국 이를 밀어붙였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역시 가자 지구에서 장기 집권하면서 부패와 무능 등을 이유로 고조되는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 상태다.

팔레스타인은 현재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 지구와 집권여당인 파타 소속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통치하는 서안지구로 양분돼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가자 지구 주민들 대부분은 오늘날 하마스에 대해 독재적이고 부패했다고 평가한다며, 하마스는 큰 성과도 없고 그렇다고 뚜렷한 이스라엘 대비책도 없이 이스라엘 비판만 일삼으며 압바스 수반의 뒤를 이어 집권하려는 야심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휴전을 앞둔 19일(현지시간) 텔아비브 소재 군사기지에서 주이스라엘 대사들을 상대로 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AP]

▶장기 집권한 네타냐후 총리와 하마스, ‘적대적 공생 관계’=이들의 무모한 통치 방식에도 비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스라엘 견제를 피하기 위해 어린 학생들이나 환자를 볼모로 삼아 학교나 병원을 무기 저장고로 활용하고, 이스라엘이 이를 폭격하면 국제사회에 이스라엘을 비난하기 위한 선전도구로 써먹는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또한 하마스의 가자 지구 통치는 압바스 수반의 영향력을 축소시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 내부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적대적 공생관계 속에 현재의 갈등 국면을 이용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 근본적인 해결책은 도출하지 않은 채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휴전 선언을 택해 언제든 필요에 따라 갈등은 재연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동예루살렘의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성지인 성전산의 알아크사 사원 문제였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중에 요르단의 일부였던 동예루살렘을 장악, 서예루살렘과 병합해 오늘날의 수도로 삼았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성전산은 현재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에 속하지만, 관리권은 1994년 체결된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평화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이 아닌 요르단이 주도하는 이슬람 종교재단 ‘와크프’(Waqf)에 주어졌다.

유대인과 기독교도들은 사원을 방문할 수는 있지만 사원 경내에서 기도할 수는 있는 건 무슬림들 뿐이다. 유대인들은 성전산 바깥쪽 서쪽벽에서만 기도한다.

이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은 오랜 기간 양측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라마단(이슬람의 금식 성월) 마지막 금요일(권능의 밤)을 맞은 7일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에 팔레스타인 주민 수만명이 모여 종교의식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일부가 반 이스라엘 시위를 벌였고 이스라엘 경찰이 알아크사 사원에 진입해 이를 강경하게 진압, 양측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무슬림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슬람 성전인 알아크사 사원 내부까지 이스라엘 경찰이 들어와 물리력을 행사하자 크게 분노했다.

10일까지 이어진 양측의 충돌로 팔레스타인 주민 700여명과 이스라엘 경찰 20여명이 다쳤다.

▶“갈등의 근본 문제, 안 건드렸다”…“2국가 해법이 답”=가자지구의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알아크사 사원에서 경찰이 철수하라고 경고하면서 지난 10일(현지시간) 오후부터 로켓포 수백발을 발사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전투기 편대를 출격시켜 가자지구 도심을 대규모로 보복 공습했다. 그리고 10일간 전쟁을 방불케하는 무력 충돌이 이어졌다.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상정, 이를 지키기 위해 어떤 충돌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 역시 자위권을 내세워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어 휴전 합의에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리야드 알말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은 휴전 합의 당일인 20일 유엔총회에 참석해 “200만 가자 시민들이 편안히 잠들 수 있게 됐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세계는 예루살렘의 미래와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안게 됐다. 휴전 합의가 폭력을 유발한 근본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양측 휴전이 발효한 직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 국가로 존재하는 것이 양측 간 분쟁의 “유일한 답”이라며 ‘2국가 해법’을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967년 이전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각각 별도 국가로 공존하자는 구상인 ‘2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기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등 이스라엘 편향적인 행보를 고수하며 ‘2국가 해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2국가 해법’ 에 따른 문제 풀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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