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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권 인사 잡으려 여객기 강제 착륙시킨 벨라루스…국제사회 “납치 행위” 규탄
그리스발 리투아니아행 여객기, ‘폭발물’ 신고 후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
탑승 중 야권 인사, 보안당국에 체포…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아
EU와 유럽 각국, UN 기구 등 규탄 목소리 높여
23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한 라이언에어 여객기의 모습.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해당 여객기의 착륙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객기 착륙 후 탑승 중이던 야권 지도자가 현지 보안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벨라루스가 야권 지도자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있는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켰다. 유럽 등 국제사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국가에 대한 강제 납치’, ‘테러리즘 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이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서 야권 성향의 언론인이자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NEXTA)의 전 편집장인 라만 프라타세비치가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지난 2019년 말 정부의 탄압을 피해 폴란드로 도피한 프라타세비치는 지난해 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압승한 대선에 대한 부정 항의 시위를 주도, 벨라루스 당국의 ‘테러활동 가담자’ 목록에 올라있는 인물이다.

이날 프라타세비치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향하는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타고 여행하던 중 기내에 폭발물이 있다는 신고로 여객기가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한 뒤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라이언에어 측은 벨라루스 관제센터로부터 착륙을 지시받았고, 점검 결과 여객기에서 폭탄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객기에는 170여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여객기 강제 착륙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친정부 성향의 한 현지 매체는 “대통령이 여객기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후 비행기를 돌려 착륙시키라는 분명한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의 지시 하에 여객기 호송을 위한 미그(MiG)-29 전투기까지 동원됐다.

벨라루스 수사 당국은 여객기에서 폭발물이 발견되지 않자, ‘허위 위협’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유럽과 국제 사회는 해당 여객기의 즉각적인 이륙을 요구하며 이번 사건을 강력히 규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모든 승객은 빌뉴스로의 여행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객기 출발지였던 그리스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언론인을 체포하기 위해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킨 것은 전례가 없는 충격적 행위”라면서 “벨라루스에 대한 압박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착지였던 리투아니아와 프라타세비치가 거주하는 폴란드 역시 “국가 테러리즘 행위”라며 프로타세비치 석방을 요구했다.

유엔 산하의 국제 민간 항공 기구는 “이번 사건은 명백한 강제 착륙”이라면서 지난 1944년 채택된 민간 항공 운영의 기본조약인 이른바 ‘시카고 조약’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라타세비치의 체포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앞으로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각오가 돼있는지를 보여줬다”면서 “정적들에게 공중에서도 자신이 언제든 접근할 수 있음을 경고한 셈”이라고 전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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