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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끊임없이 재발하는 군납 비리, 구조적 근본대책 세워라

대한민국 군대에 바람 잘 날이 없다. 복장 터질 일들이 부지기수다. 수영 탈북, 고기잡이 귀순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군의 구멍 난 경계 시스템이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오징어 없는 오징어국’으로 코로나19 격리 장병에 대한 부실 급식 문제가 불거진 건 며칠 전이다. 여기에 또 불량 군납제품 문제까지 제기됐다. 도대체 뭘 하는 군대인지 모를 일이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곳의 업체가 제작해 군에 납품한 활동복과 베레모의 품질이 기준 미달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질 낮은 원단으로 제작돼 활동복은 땀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베레모는 비가 줄줄 스며든다고 한다. 이러니 병사들이 제 돈 주고 옷과 장비를 사서 쓰는 일이 다반사다.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 드립니다’라는 이름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제보를 토대로 “군 내에서 식자재 횡령이 벌어지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끼당 장병 급식비가 2930원으로, 초등학생 급식비(3768원)보다 적다는 것도 놀랄 일인데 그마저 빼돌려지고 줄줄 새는 곳이 있다니 황당할 뿐이다.

그런데도 군은 비리를 덮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그나마 군 기강 문제는 즉각적인 지휘관 문책이라도 나왔다. 하지만 부실 급식에 대한 군의 조치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사실 확인도 하기 전에 덮기에 급급하다 SNS를 통해 추가적인 사진 제보가 계속 나오자 별수 없이 인정하는 분위기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 지시를 내리고 부실 급식이 문제가 된 계룡대 지역 21개 부대에 대한 정밀 진단 방침을 밝혔지만 소소한 문제로 끝낼까 걱정이 앞선다.

방사청이 생기고 수조원대의 방산 비리는 줄어들었다지만 규모가 작은 군납 비리는 잊힐 만하면 재발한다. 2007년 자이툰부대 장병들에게 지급된 방탄제품이 총알을 하나도 막지 못하는 부실 제품이었고 2011년엔 시중에서 1만원 하는 USB 저장장치를 무려 95만원이나 주고 사들이기도 했다. 2014년엔 2억원짜리 성능 미달 음파탐지기를 40억원에 남품받은 통영함 비리가 터졌다. 이후로도 군납 비리는 부지기수다.

이제는 정말 여기저기 독버섯처럼 솟아오르는 군납 비리를 막을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군납 담당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 관료적이고 폐쇄적인 군 조직문화부터 변화돼야 한다. 무엇보다 내부 고발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장병들이 찍은 사진이 없었다면 부실 급식도 드러나지 않았을 일이다. 내부 고발은 배신이 아니라 항생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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