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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CPI 과장됐다” vs “술 취해 비틀거려야 펀치볼 치울거냐”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것만큼 급격히 상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측정하는 핵심 기준이 가격을 과장하고 있다면서다.

작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동안 인플레이션 측정 문제를 파고든 하버드대 교수의 얘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에 힘을 실어준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알베르토 카발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학내 신문 ‘하버드 가제트’ 인터뷰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4월 CPI가 일부 데이터를 과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CPI는 운송 부문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 전체적인 수치를 높인다”고 주장했다.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한 걸로 나왔다. 2008년 이후 13년만에 최고치여서 ‘인플레 공포’를 키운 재료다.

카발로 교수는 미 노동통계국이 활용하는 CPI 산출 바스켓(basket·바구니)의 문제점을 지목했다.

이 바스켓은 미국인이 일반적으로 구매하는 상품을 기반으로 가격변동을 잰다. 코로나19 위기 동안엔 다른 양상인데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알베르토 카발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카발로 홈페이지]

그는 “이른바 바스켓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보다 25% 낮은 교통비 지출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지수는 전년 대비 가격 상승을 0.5%포인트 이상 과장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 맞는 4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3.65%라고 계산했다.

실제 4월 CPI를 뜯어보면, 중고차를 구매를 위한 비용이 전달 대비 10% 급증했다. 월간 기준 CPI가 0.8% 상승하는 데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구입에 시일이 걸리자 중고차로 수요가 몰린 때문이었다. 일시적 병목현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블룸버그는 소비자 물가의 다른 척도는 더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소비자물가 중앙값은 최근 몇 달간 더딘 속도로 증가했다면서다.

미 보험사 네이션와이드는 보고서에서 이와 관련,“인플레이션 상승의 대부분은 광범위한 가격 상승보단 특이한 코로나19의 영향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했다.

로런스 서머스 미국 전 재무장관 [서머스 홈페이지]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심각하게 보지 않는 연준의 자유방임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빌 클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이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데이터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술에 취해 많은 사람들이 비틀거리는 걸 분명히 본 뒤에야 펀치볼(칵테일류가 담긴 그릇)을 제거하는 게 그들의 새로운 정책이라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전통적인 역할은 ‘파티가 한창 무르익을 때 펀치볼을 치워버리는 것이지 않냐’고 반문하면서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뜸을 들이는 걸 꼬집은 것이다.

‘펀치볼론’은 연준 사상 최장기(1951~1970년) 의장으로 일했던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 전 의장이 처음 언급했다. 마틴 전 의장은 대통령이 네 번 바뀌는 동안에도 정권 눈치보지 않고 통계를 중심에 놓은 ‘인플레 파이터’다. 서머스 전 장관은 펀치볼을 거론하며 제롬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준을 싸잡아 못마땅해 한 셈이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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