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 6년 8개월 남은 ‘지구의 시간’ 헤럴드스퀘어에 걸렸다
‘기후위기시계’, 전세계 3번째·亞 첫번째로 설치
골란·보이드, 환경위기 알리기 위해 고안
지구온난화, 1.5℃ 이내로 억제 못하면 파국
IPCC, 2030년 도달 예상 “당장 행동 나서야”
지금처럼 산다면 남은 시간은 6년 237일여
본사, 다양한 콘텐츠로 기후위기 집중 조명
서울시 용산구 ㈜헤럴드 사옥 '헤럴드스퀘어'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가 13일 오전 현재 6년 235일 6시간 17분 41초를 가리키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
서울 용산구 남산서울타워 아래 ㈜헤럴드 사옥 '헤럴드스퀘어'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가 보인다. 박해묵 기자/mook@

6년 235일 6시간 18분 41초.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 헤럴드경제 본사 사옥 헤럴드스퀘어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Climate Clock)가 뿌연 미세먼지를 뚫고 하얀 숫자들을 밝혔다. 지구온난화 한계치까지 남은 시간이다.

기존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유지할 경우, 이 시간 안에 파리기후협약 실행 목표인 1.5℃의 제한을 넘어가게 된다는 의미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넘으면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을 맞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즉 기후위기시계는 ‘지구의 마감일’까지 남은 시간을 가리키는 셈이다.

세계 환경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기후위기시계가 국내에 첫 설치됐다. 초대형 기후위기시계가 영구 설치되는 것은 독일 베를린(2019년), 미국 뉴욕(2020년)에 이어 대한민국 서울이 세번째다.

㈜헤럴드는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헤럴드스퀘어 외벽 가장 높은 곳에 기후위기시계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오는 6월10일 서울 노들섬 다목적홀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되는 제1회 ‘H.eco 포럼’(헤럴드환경포럼)은 세계에서 세번째, 아시아 최초 기후위기시계 설치를 선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시계는 앞으로 365일 밤낮 없이 작동하며 기후위기가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맞닥뜨린 현재의 문제임을 각인시키게 된다.

골란과 보이드, 기후위기시계를 만들다
2019년 9월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The Climate Clock 제공]

기후위기시계 프로젝트의 공동 설립자는 미국의 환경운동가이자 예술가인 간 골란과 앤드루 보이드다.

골란은 오래전부터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며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주도해왔다. 특히 지난 2014년 9월 21일 미국 뉴욕에서 약 40만명이 거리로 나와 행진을 펼친 ‘인류의 기후 행진’(Peoples Climate March)을 조직하는 데 일조한 여력이 있다.

‘인류의 기후 행진’은 기후 관련 행사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대규모 행사로 기록됐다. 같은 날 베를린, 뉴델리, 이스탄불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와 행진에 참여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날 156개국에서 약 60만명이 행사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헤럴드 사옥 헤럴드스퀘어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 박해묵 기자/mook@

환경 운동에 열정을 다하던 골란은 2018년 더욱 각성하게 된다. 딸이 태어나던 해다. 동시에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내놓는다.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막지 못하면 파국을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골란은 자신의 딸이 10대가 되지도 못했는데 딸이 살아갈 세상의 운명이 정해져버렸다는 것에 분개했다.

골란은 지구가 처한 운명을 알리기 위해 동료 환경 운동가인 보이드와 힘을 합치기로 했다. 그리고 기후위기시계를 고안한다.

지난해 9월 이들은 뉴욕 맨해튼 유니언스퀘어에 가로 길이 약 19미터에 달하는 대형 디지털 시계를 설치했다. 해당 시계엔 이따금씩 ‘지구엔 마감일이 있다’(The Earth has a deadline)이라는 메시지가 표출된다. 그리고 지구의 마감일까지 남은 시간을 년, 일, 시간, 분, 초 단위 숫자로 나타낸다.

골란은 기후위기시계를 설치하며 “앞으로 몇년 동안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가 내 딸이 살 세상, 우리가 살 세상을 결정짓게 된다”면서 “이 사실을 기후위기시계를 통해 언제 어디에서나 모든 사람들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5℃를 사수하라
2020년 9월 미국 뉴욕 유니언스퀘어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The Climate Clock 제공]

기후 위기에서 1.5℃는 중요한 수치다. 지구 평균기온이 1.5℃ 상승하게 되면 인류를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내놓은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1.5℃가 기후 변화의 중요한 한계점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하면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고 홍수, 산호초 유실, 산불 및 기타 재난 등 최악의 재난이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이는 먼 미래가 아니다. IPCC는 이 보고서에서 이르면 2030년에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이 1.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온난화로 인한 피해는 약 54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6507조원에 달한다. IPCC는 이런 재앙을 막으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줄이고 2050년에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골란과 보이드도 이 1.5℃에 근거한 탄소예산(Carbon Budget)을 바탕으로 기후 시계를 제작했다. 탄소예산은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온도보다 1.5℃ 상승하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뜻한다. 인류가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6년하고도 237일 남짓이다.

다만, 이 시계 날짜는 계속 줄어들지만은 않는다. 인류가 내뿜는 배출량이 늘어나면 남은 시간이 빠르게 줄겠지만 배출량이 감소하면 남은 시간이 거꾸로 늘어날 수도 있다. 기후위기시계는 IPCC 자료에 근거한 탄소시계를 만든 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 정보를 반영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모두가 마주해야 할 기후위기시계
푸른 나무에 둘러싸인 헤럴드스퀘어 ‘기후위기시계’. 박해묵 기자/mook@

기후위기시계를 통해 기후변화가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라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노력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스웨덴 출신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8)도 그 중 한명이다. 미래세대와 기후위기 대응 운동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툰베리도 기후위시계를 적극 활용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툰베리는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앞두고 기후위기시계를 만든 골란과 보이드에게 연락했다. 휴대용 기후위기시계 제작을 부탁하기 위해서다.

툰베리는 기후위기시계를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골란과 보이드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휴대용 기후위기시계 제작에 착수했다. 기후 과학 전문가,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디자이너들이 협업해 연설 전에 시계를 만들어냈다. 툰베리는 이 휴대용 기후위기시계를 전세계 이곳저곳에 가지고 다니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사용한다.

국내에선 ㈜헤럴드가 이 기후위기시계 도입에 박차를 가했다. ㈜헤럴드는 인류 최대 당면 과제인 환경문제를 집중 조명하고자 환경 브랜드 ‘H.eco’를 론칭했다. ‘We Face(우리는 직면한다)’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콘텐츠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조명하고, 그런 의미에서 ‘H.eco포럼’의 첫 주제도 ‘We Face the Climate Clock(기후위기시계를 마주하다)’로 잡았다.

기후위기시계 관계자는 “헤럴드가 한국에 기후위기시계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며 “전세계 각 지역의 시민과 활동가, 단체들이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행동에 동참하는 데 기후위기시계가 좋은 수단이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이담 기자

㈜헤럴드 사옥 '헤럴드스퀘어'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 박해묵 기자/m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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