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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경의 현장에서]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

“코인에 80만원 투자해서 1000만원 벌었다. 1억 벌어서 회사 그만두는 게 꿈이다.”

20대 사회초년생으로 보이는 한 직장인이 동료와 나눈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요즘 코인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더니 정말 여기저기서 코인 얘기구나’라는 생각부터 ‘80만원이 1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나’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면 1억원으로 평생 먹고살 수 있나’ 하는 오지랖까지 여러 생각이 스쳤다.

비단 이 직장인의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적지 않은 직장인과 학생, 어르신들이 ‘한탕’을 노리고 코인에 투자하고 있다. 어느 직장인이 코인으로 수백억원을 벌어 퇴사했다는 풍문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인생 역전’ 스토리로 동경의 대상이 된다.

투자 스타일의 변화는 자금 흐름으로 여실히 나타난다. 안전자산인 은행예금에서 위험자산인 부동산·주식·코인 등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5대 시중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14조7991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2조8814억원 급감했다. 반면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42조2278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6조8401억원 급증했다. 특히 20·30세대는 ‘빚투(빚내서 투자)’를 서슴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이 전국의 만 20~64세 경제활동자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1’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주식투자자의 마이너스통장 부채 잔액은 131만원으로, 미투자자의 잔액 36만원 대비 3.6배에 달했다. 30대 주식투자자의 마이너스통장 부채 잔액은 335만원으로, 미투자자(97만원)의 3.5배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주식, 그중에서도 공모주에 몰린 데 이어 주식보다 더 높은 수익을 노리는 코인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4월 28~29일 진행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일반인 공모주 청약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80조9017억원의 증거금이 모였다.

지난달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14개 가상자산 거래소의 하루 거래대금은 24조원에 달하며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을 넘어섰다.

코인 투자는 이제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 불리는 상황이다. 가상자산 투자가 급증하면서 이를 노린 피싱이나 스미싱까지 성행하고 있다.

준비를 동반한 건전한 투자는 나쁘지 않지만 한방을 노린 마구잡이식 투기는 칼날로 돌아올 수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을 뒤집어보면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다.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은 그만큼 고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이든, 코인이든 반드시 수익을 얻는다는 보장은 없으며 손실은 고스란히 본인의 몫이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자산가격 하락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무분별한 투기보다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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