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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엑스맨 ‘울버린’처럼 스스로 치료하는 시대 열릴까
- 화학硏·부경대 공동연구팀, 고체와 젤리 상태로 자가치유 능력과 고강도 동시 구현

반으로 자른 후 다시 붙여 48시간 회복 시킨 후 10kg 추를 달아 버티는 영상.[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SF영화 속 주인공 울버린과 터미네이터처럼 신체가 찢어지거나 절단되도 스스로 회복하는 자가치유를 가능케 할 신소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오동엽·박제영‧황성연 박사팀이 부경대와 함께 실온에서 절단되어도 스스로 회복하는 자가치유 기능을 가지면서 신발 밑창만큼 질긴 소재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소재는 지금까지 개발된 자가치유 소재 중 기계적 강도가 가장 높다.

의류, 신발, 타이어, 자동차, 롤러블·폴더블 디스플레이 코팅 등의 제품이 자가치유 된다면 수명이 길어지고 항상 새것과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자가치유 신소재를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자가치유 소재는 지금까지는 인장강도가 약했다. 자가치유가 잘 되려면 분자 간 결합이 느슨하고 분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단단한 고체가 아닌 젤리처럼 부드러워야 회복이 잘 된다. 기존 자가치유 소재는 이처럼 말랑말랑하고 무르다. 하지만 자가치유 소재가 상품화되기 위해서는 외부 마찰이나 압력을 견딜 수 있어야 해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연구팀은 단단하고 질기면서도 자가치유 능력이 좋은, 두 가지 모순된 속성을 동시에 갖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외부 마찰이나 충격을 받으면 순식간에 물질의 분자 결합이 견고해지면서 단단한 결정(크리스탈)으로 변해 충격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고, 충격 후에는 분자 이동이 자유로운 부드러운 상태로 돌아가 손상을 스스로 회복하는 원리다. 이렇게 외부 충격 여부에 따라 화학물질이 변하는 현상을 소재에 적용한 예는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인장강도가 43 MPa 이상으로 측정됐다. 신발 밑창으로 쓰이는 폴리우레탄 소재와 유사한 수준으로, 연구팀이 2018년 개발한 소재보다 강도가 6배나 높다. 지금까지 인장강도 최고기록은 일본 동경대학교나 리켄 연구소가 달성한 20~30 MPa 정도다.

또한 신규 소재는 외부 압력의 세기에 따라 물질이 단단해지는 정도가 달라진다. 외부 압력의 정도에 따라 고체와 젤리 상태를 오가면서 충격의 흡수를 조절하고 스스로 손상도 회복하는 것이다.

부경대 고분자공학과 엄영호 교수팀은 화학연에서 개발한 자가치유 소재의 물리적 특성을 분석했다. 실험 결과 본 소재는 점도가 높지 않아 가공이 쉬워 다양한 모양의 제품으로 성형하는 데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부터 화학연 오동엽 박사, 황성연 박사, 김선미 연구원, 박제영 박사.[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오동엽 박사는 “차세대 첨단기기인 롤러블·폴더블 스마트폰은 여러 번 펼치고 접는 과정에서 화면이나 본체가 점차 하얗게 변하면서 약해진다. 이러한 현상을 소재 피로 손상이라고 하는데 롤러블·폴더블 디스플레이 상용화 후에도 소비자들 만족도가 떨어지는 부분이다. 개발된 소재를 적용할 시 롤러블·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발생하는 손상을 끊임없이 회복하여 이런 문제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월호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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