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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도나도 ‘이건희미술관’ ...기증의 뜻은?
기관에 어울리는 소장품 선별... 전국국립기관 기증
부산·의령 등 지자체, 미술계 관계자 제각각 이유
‘이건희미술관·국립근대미술관’ 설립 주장
“ 미래위한 시대적 의무” 기증자 뜻 잊지말길...
박래현, 여인 A, 1942, 94.5x80.5cm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천경자 ‘꽃과 나비’.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작가 이중섭(1916~1956)의 가장 유명한 작품 ‘황소’가 국립현대미술관 컬렉션에 포함됐다. 이중섭, 황소, 1950년대, 26.4×38.7cm [국립현대미술관제공]

갑자기 ‘광풍’(狂風)이다. 너도 나도 이건희미술관이다. 지역유치전이 한창인 가운데, 기증된 컬렉션 중 일부를 중심으로 국립미술관·박물관에 있는 근대미술품만을 모아 국립근대미술관을 세우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가족은 지난달 28일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이하 이건희컬렉션)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에 기증한다고 밝혔다.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는 이건희 회장의 생전 의지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대규모 기증은 사상 처음 있는 것으로, 국내 문화자산 보호는 물론 미술사 연구와 국민 문화향유권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건희컬렉션은 유가족의 뜻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 대구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전국 국립기관에 기증됐다.

기증내용을 살펴보면 삼성가는 각 기관에 어울리는 소장품을 신중히 선별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 화가 이인성, 경북 울진이 고향인 유영국의 작품은 대구미술관으로, 전남 신안 출신인 김환기의 작품은 전남도립미술관에 배정하는 등 지역미술관엔 해당 지역에 연고가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냈다. 작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엔 해당 작가의 작품을 선별했다. 해당기관의 컬렉션 중 부족한 부분과 꼭 필요한 작품을 골라 기증한 것이다.

실제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7일 기증받은 이건희컬렉션 세부사항과 향후 운영 계획을 밝히면서 “처음 기증 논의 시작시 우리 미술관이 예산의 한계로 컬렉션 할 수 없었던 김환기의 전면점화나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 대작 등 100여점 정도를 바랐는데, 유족측에서 그 이상을 뛰어넘는 동서고금을 총망라하는 작품을 기증했다”며 “미술관 컬렉션의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고, 수준급으로 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건희컬렉션이 어쩌다가 ‘이건희미술관’이나 ‘국립근대미술관’논의로 확장됐을까.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미술품을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이 좋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을 놓고 정치인과 이해관계자들이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미술계 관계자 100여명은 이건희 컬렉션 중 근대미술품을 바탕으로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해야한다고 지난달 30일 입장을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2일 SNS를 통해 ‘이건희 미술관, 부산에 오면 빛나는 명소가 됩니다’는 글을 올려 유치를 희망했고, 경남 의령군도 3일 자료를 내고 “이 회장의 선대 고향인 의령에 이건희미술관을 유치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남, 수원, 대구도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이건희 유가족은 이번 기증에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기증시 도록 발간, 특별전, 전용 기증관 건립 등을 요구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각 기관에서 기관의 특성에 맞도록 잘 살펴 활용하면 된다. 기증받았으니 마음대로 ‘헤쳐 모여’하고 기관을 설립해 누구 한 명이라더 더 갈 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증의 마무리는 받은 곳에서의 ‘활용’이다. 기증자의 뜻을 잘 살펴 기린다면 그만큼 좋은일이 없다. 개인컬렉션이 공공컬렉션으로 전환됐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과 만날 기회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남은 것은 기증작에 대한 연구다. 우리 고대미술사와 근현대미술사가 더욱 풍성해질 기회다. 방대한 컬렉션에서 스토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현대인들에게 스며들게 하는 것, 그것이 기증 기관이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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