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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남·이대녀 논란’이 키운 성별갈등…“정치권, 악용 말아야”[촉!]
‘남성혐오’ 논란 타고 더 커지는 성별갈등
정치권서 ‘이대남·이대녀 논쟁“ 영향 지속
20대 남성·여성 간의 性인식 차이도 극명
전문가들 “정치권 악용에서 벗어나야”
“성별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 필요”
남녀 갈등 이미지. [123rf]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를 축으로 성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런 갈등 조장을 사회적으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성별 갈등은 최근 ‘남성 혐오’ 논란을 타고 본격화됐다. 이달 1일 편의점 GS25가 소셜미디어(SNS)에 캠핑 관련 포스터를 올렸는데 포스터에 사용된 손 모양 디자인이 문제가 됐다.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으로 캠핑용 소시지를 집는 디자인이었는데 숨겨진 의미가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페미니즘 성향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한국 남성의 성기가 작다’는 의미로 해당 디자인을 썼다는 것이다.

포스터에 사용된 영문 문구인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감성적인 캠핑을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하는 상품)도 논란이 됐다. 각 단어의 마지막 철자를 뒤에서부터 읽을 경우 ‘MEGAL’(메갈)이라는 단어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

논란이 일자 남초 커뮤니티에서 GS25 불매 운동 조짐이 일었고, 본사는 이후 사과문을 발표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증폭되면서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주식 가격도 하락했다.

신조어와 관련된 남성 혐오 논란도 지속됐다. ‘허버허버’나 ‘오조오억’과 같은 신조어를 사용한 광고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오조오억은 남성의 정자가 쓸데없이 5조5억개나 된다는 뜻을 담은 표현이며, 허버허버는 남성이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런 성별 갈등은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 남성의 72.5%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고 나타난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정치권에서 ‘이들이 민주당의 여성 중심 정책에 분노했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러한 분석이 ‘정부·여당의 실책을 여성에게 부당하게 덮어씌우는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성별 이슈에 대해 정치권이 진지한 논의를 한 적이 없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상당수 정치인들의 경우 50~60대가 많다 보니 젠더 이슈를 고민하기 어려워하거나 무관심한 측면이 있었다”며 “정략적 차원에 따라 20대 남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 문제를 깊게 들여다보는 데 인색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편의점 GS25의 경품 이벤트 포스터. 온라인에서 논란이 제기됐고, 결국 삭제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극명한 인식 차이도 최근 성별 갈등을 설명할 수 있는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성희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연구보고서’가 이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인권위 성차별시정팀은 지난해 6~12월 전국 초·중·고생과 직장인 1만212명을 상대로 성희롱 개념·통념 인식, 성평등 의식, 성희롱 피해·대처 현황, 개선 방안 등을 설문조사했다. 국가 기관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아니라 성희롱 의식 수준을 전국 단위로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대는 성별 간 성희롱 인식 차이가 가장 큰 연령대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성희롱은 친근감의 표현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다’, ‘성희롱은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사람의 책임이 크다’ 등 성희롱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대표하는 5개 문장을 제시하고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전혀 그렇지 않다’(1점)에서 ‘매우 그렇다’(6점)의 6개 척도로 답하게 했다. 20대 남성은 2.60점, 20대 여성은 1.75점으로 0.85점 차이가 났으나 다른 연령대는 0.50∼0.70점 정도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20대를 중심으로 한 성별 갈등 논란을 정치권이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면서 이대남 논란이 불거졌다”며 “정부 여당이 남녀 편가르기를 통해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20대는 특정 이념과 정당에 예속되지 않고 상황과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스윙 보터’로 변했다”며 “이제 정치권은 ‘이남자’와 ‘이여자’ 현상을 심도 있게 분석해 이들이 시대정신으로 생각하는 공정·미래·젠더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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