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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이미지 하나하나, 남성혐오”…더 민감해진 성별갈등 ‘논란’[촉!]
각종 홍보물·포스터에서 남성혐오에 대한 반발 움직임 ‘극단화’
최근 경찰 홍보물 ‘메갈리아 손’ 논란…알고 보니 40대男 제작
GS25·무신사 홍보물에서도 유사 논란 발생
전문가 “감정적 표현 자제하고, 건설적 대화·토론 유도할 필요”
최근 손 모양 이미지로 인해 ‘남성 혐오’ 논란을 낳았던 경찰 홍보물. [경기남부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최근 각종 홍보·포스터를 중심으로 ‘남성 혐오’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이로 인한 성별 갈등 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성별 문제를 둘러싸고 양극화되고 있는 논의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경찰이 내놓은 개인형 이동장치(PM) 법령 홍보물에 남성을 비하하는 의미의 손 모양이 들어가자 여성이 제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해당 홍보물을 제작한 업체가 “그림을 디자인한 사람은 40대 남성”이라고 해명에 나선 일이 있었다.

경찰·GS25·무신사 홍보물 ‘손모양’, 남성혐오 논란 빚어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PM 관련 홍보 카드뉴스 5장을 제작한 업체는 서울시 종로구의 A사다. A사 관계자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그 카드뉴스 디자인을 한 사람은 40대 남성”이라며 “(해당 디자이너가)내부적으로 손가락 모양의 의미를 전혀 모르고 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말 그런 의도가 아닌 것을 확인했다”며 “현재 수정물을 만들어 다시 내놓은 상태”라고 했다.

PM 홍보물과 관련, 처음에는 경기북부경찰청과 A사가 외주 계약을 맺었다. 이후 경찰청에서 이 홍보물을 널리 사용하자고 장려하면서 경기남부경찰청 등에서도 해당 카드뉴스 이미지를 사용했다.

이 홍보 카드뉴스에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 이용자들이 한국 남성의 성기가 작다는 의미로 쓰는 이미지와 유사한 모양이 사용됐다는 이유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최근 역시 ‘남성 혐오’로 논란이 된 편의점 GS25의 홍보 포스터. [헤럴드경제DB]

앞서 편의점 GS25의 이벤트 홍보 포스터 역시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GS25는 지난 1일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캠핑용 식품 구매자 대상의 경품 증정 이벤트를 홍보하기 위한 포스터를 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포스터 속 손 모양이 남성 비하 목적의 그림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포스터 하단의 달과 별 디자인은 한 대학의 여성주의 학회 마크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포스터에 적힌 영어 표현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의 각 단어 마지막 글자를 조합한 ‘메갈’(megal)이, 남성 혐오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암시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논란이 확산하자 GS25는 포스터에서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하고 지난 2일 사과문을 올려 “철저히 모니터링해 더욱 세심한 검토와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에는 조윤성 GS25 사장이 GS25 홍보 포스터 남성 혐오 논란과 관련해, 가맹점주들에게 사과했다.

무신사가 지난달 26일 현대카드와 협업을 알리며 공개한 이미지에 사용된 ‘손 모양’ 역시 한국 남성 성기를 비하할 때 쓰는 손 모양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신사는 지난 3일 “어떤 의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꼬투리 잡기식 대결 되면, 남녀 문제 근본적 해결 못해”

5일 만난 시민들은 이런 반응이 다소 격앙된 형태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30대 회사원 최모 씨는 “의도된 그림이라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다소 과한 반응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표현 문제’와 같은 작은 싸움이 지속되면 남녀 서로 피곤할 뿐이고, 꼬투리 잡기식 대결로 치달아 남녀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한양대 학생 지모 씨는 “GS25 포스터 논란 등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면은 있다”며 “생각보다 젊은 남성들에겐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이어 “다만 이런 논쟁이 주된 논쟁인 것마냥 흘러가는 것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30대 곽모 씨는 “인터넷에서 터지는 최근 논란을 보면 생소한 말들과 논리를 많이 보게 된다”며 “일부 남성이 자꾸 시비를 걸어 갈등을 폭발시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 발짝 멀리 떨어져 생각해보면 ‘이게 이렇게 치열하게 다툴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재호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젠더갈등을 넘어 성평등한 사회로’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성별 갈등을 분석하며 “(국내의 경우)정치권, 언론, 공공에서 젠더 문제를 둘러싼 서로 다른 의견을 양극화하는 정보와 감정적 표현을 자제하고 건설적 대화와 토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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