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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헌의 현장에서] 의대생 사망한 새벽 1시의 한강

4일 새벽 1시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내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 하얀 손전등을 켜고 오른쪽 어깨엔 네모난 가방을 멘 채 이리저리 오가며 바쁘게 전화 통화를 하는 한 남성이 있었다. 네모난 가방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뜻하는 ‘NFS’가 적혔다.

그는 지난달 30일 주검으로 발견된 중앙대 의대 학생 손정민(22) 씨의 실종 관련 단서를 찾고 있었다. 풀숲과 돌 틈 사이를 이리저리 비추며 움직이던 그는 “새벽이 되니 강물 높이가 낮보다 낮아졌다”며 “낮에는 안 보이던 흙바닥이 (강 인근을 중심으로)드러났다”고 했다.

같은 시각 수상택시 승강장 바로 앞에 설치된 높은 가로등 주변. 상복으로 보이는 검은 정장을 입은 젊은 남녀 10여 명이 인근을 서성이고 있었다. 사람이 많이 모인 것 치고는 조용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떨군 그들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일부는 뒤쪽 돌의자에 앉아 먼발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에게 다가가 “정민씨 대학 친구들이냐”고 하니 “그렇다”고 했다. “이 늦은 시간에 왜 이곳에 왔냐”고 물으니 “그냥 (상황을) 보고 싶어 나왔다”고 한 이후 그들은 말을 아꼈다.

새벽 2시에는 조금 놀랐다. 젊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여기저기서 술을 마시고 소리 높여 대화하는 모습에서 ‘새벽 2시’와 어울리지 않는 활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죽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외지지 않은’ 장소였다.

누군가 죽어도 모를, 조금 더 외진 장소를 찾기로 했다. 강가 밖에 보이지 않았다.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 강가에서 한남대교 쪽을 바라보고 걸으면, 열 살 아이 몸통만 한 큰 돌들이 100m가량 되는 길에 여러 개 쌓인 것을 볼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 걷기엔 위험천만해 보이는 장소였다. 큰 돌들이 사라지는 지점쯤 경찰의 폴리스 라인이 쳐진 곳 인근 강가에 다다를 수 있다. 그때부터는 큰 돌은 거의 보이지 않고 신발이 푹푹 들어가는 진흙땅을 밟을 수 있다.

정민씨의 친구는 사고 이후 정민씨 부모를 만난 자리에서 “(정민이가)달려가다 자빠져 굴렀다. 그래서 정민이를 끌어올리느라 (자신의)옷과 신발이 완전 흙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만일 술에 취해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한 정민씨 친구의 옷이 실제로 더러워졌다면, 이 인근이 사고 지점일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발이 푹푹 꺼지는 강가 흙을 밟은 채 사람들이 모여 있는 평지를 바라봤다. 올라가는 길은 하나의 언덕처럼 보였고 언덕의 흙 역시 질퍽했다. 주변 흙을 밟으며 쭉 걸어보니 큰 나사가 박혀 아찔한 정사각형의 돌을 비롯한 큰 돌들이 간간이 보였고 생선들의 사체도 마주할 수 있었다.

기자는 단서를 찾으러 무작정 이곳,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왔지만 마땅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평지와 그 아래 어두컴컴하고 으스스한 강가 사이에서, 불과 그 몇 m 공간 사이에서 소중한 한 생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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