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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가리스 사태’로 홍원식 회장까지 사퇴한 남양, 비호감 이미지 탈출할까 [종합 2보]
눈물 흘리고 고개 숙인 홍원식 회장, 사퇴 의사 밝혀
갑질·댓글 조작·불가리스까지…비호감 종합세트 된 남양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홍 회장은 또 경영권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회장 사퇴’라는 초강수를 둔 남양유업이 그동안의 악재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눈물 흘리고 고개 숙인 홍원식 회장, 사퇴 의사 밝혀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논현동 본사 3층 대강당에서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회장직 사퇴를 밝혔다. 남양유업의 대국민사과는 2013년 대리점 갑질사태 이후 8년 만이다. 20210504 / 헤럴드경제 박해묵 기자

홍 회장은 4일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모든걸 책임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또 눈물을 흘리면서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A4 용지에 적힌 입장문을 읽으며 수 차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홍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 논란과 관련해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직원 ,대리점, 낙농가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그러면서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저의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홍 회장은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눈물을 보이며 말했다.

갑질·댓글 조작·불가리스까지…비호감 종합세트 된 남양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발당한 남양유업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선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모습. [연합뉴스 제공]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 회장은 남양유업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홍 회장은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을 언급하면서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사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불가리스 사태는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시작됐다. 해당 심포지엄에서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 어렵다"며 예방 효과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일부 마트, 편의점에서 불가리스가 품절되고 남양유업 주가는 폭등하기도 했다.

이후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식약처는 “연구에 사용된 불가리스 제품, 남양유업이 지원한 연구비와 심포지엄 임차료 지급 등을 고려할 때, 순수 학술 목적을 넘어 남양유업이 사실상 불가리스 제품에 대한 홍보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세종시가 19일 남양유업 세종공장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결정해 사전통보했다.

창사 이래 최대 궁지에 몰린 남양유업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지난 3일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는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 대표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최근 불가리스 보도와 관련해 참담한 일이 생긴 것에 대해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태 초기부터 사의를 전달했고,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으로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성 상무도 지난달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보직 해임됐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입장 전문〉

먼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국내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국민 여러분을 실망케했던 크고 작은 논란들에 대해 저의 소회를 밝히고자 합니다.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습니다.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습니다. 최근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계신 남양의 대리점주분들과 묵묵히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남양유업 임직원분들께도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잘못은 저에게서 비롯되었으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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