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속’과 ‘신중’ 사이…오세훈 서울시 한 달 어땠나 [부동산360]
‘스피드 주택 공급’ 강조해온 吳
취임 첫날부터 신중론 꺼내들어
재건축단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주택공급 위한 조치라며 속도도 강조
전문가들 대체로 합격점 주지만
“재건축 추진 원칙 정립해야” 지적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9일 서울시청에서 ‘부동산시장 안정화’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신속하지만 신중한 주택정책을 마련하겠습니다.”(4월 22일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사 중)

취임 한 달을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행보는 ‘신속’과 ‘신중’으로 요약된다.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하되 신중하게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이른바 ‘두 마리 토끼 전략’이다.

1호 공약으로 ‘스피드 주택 공급’을 내세우며 서울 표심을 잡은 오 시장은 취임 첫날부터 신중론을 꺼내 들었다. “취임 일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며 규제 완화 속도전을 예고했던 것과 분명 다른 출발이었다. 시장에선 실망감이 감지됐다. 그러나 신중한 접근도 신속한 공급을 위한 전제 요소라는 게 오 시장의 입장이었고 이러한 기조는 그의 행보에서 하나둘 드러났다.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묶은 것이 대표적이다. 오 시장은 지난 21일 이들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취임 이후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재건축발 집값 상승 우려가 제기되자 이를 사전에 차단할 요량으로 ‘규제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규제 카드라고 하지만 한편에선 이들 지역을 콕 찍어 실제 개발하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이 됐지만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는 등 집값은 들썩였다.

▶집값 상승 우려에 신중론 힘 실어=올해 들어 주춤했던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세는 오 시장의 취임 이후 확대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달 26일 기준 0.08%를 기록했다. 2·4대책 발표 직전인 2월 첫째 주 0.10% 올라 주간 기준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뒤 4월 첫째 주(0.05%)까지 9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됐으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오름폭이 다시 커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주요 재건축 추진단지가 이끌었다. 준공 20년 초과 노후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을 크게 상회한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노후 아파트값은 4월 둘째 주 0.11% 상승하며 전주(0.06%)보다 배가량 뛴 뒤 0.13→0.14%로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신축 아파트값은 4월 둘째 주 0.09%의 깜짝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후 상승폭이 대폭 줄며 0.01%, 0.02%로 낮게 횡보하고 있다. 재건축 규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시장이 ‘신중’에 무게추를 나눈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각적인 재건축 규제 완화가 주택시장의 불쏘시개가 된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례로 2015년 재건축 연한 단축, 초과이익환수 유예 등의 규제 완화는 전반적인 주택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바 있다.

여기에 오 시장이 직권으로 풀 수 있는 규제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신중론에 힘을 싣게 된 동기로 작용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도시계획 규제 개선과 민간 재건축·재개발 정상화를 약속했으나 이는 시의회와 구청, 정부의 협조 없이 실현 불가능하다.

용적률 완화와 정비구역 지정 기준 완화, 정비지수제 폐지 등은 시의회의 동의를 바탕으로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재건축 안전진단이나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은 지방정부 권한 밖이다. 시의회 의견청취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층고 제한 완화 정도다.

지난달 29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부동산시장 교란행위 근절을 선언한 것도 ‘신중한 접근’의 연장선이다. 오 시장은 “투기적 수요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본보기를 마련하겠다”면서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재건축 속도 늦춰지지 않아”=오 시장은 그러면서도 규제 완화 추진에 대한 의지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주택 공급 확대정책을 뒷받침하는 조치’라고 규정했고 교란행위 근절도 ‘속도감 있는 재건축·재개발을 위한 정제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일련의 조치와 무관하게 재건축 절차는 진행하겠다는 게 오 시장의 방침이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지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전반적으로 재건축 속도가 늦춰지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압구정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던 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을 국토교통부에 공식 건의한 것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 대한 오 시장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같은 날 오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직접 방문해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재건축·재개발 이슈와 관련해 대내외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급등을 멈추고 진정되던 서울 아파트값이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고 있다. 서울 여의도 재건축 추진 아파트단지들. [연합]

공시가격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10일 서울시 차원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 추진을 지시했다. 부동산과 관련한 취임 후 첫 업무 지시였다. 13일 처음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 경감과 제도 개선을 건의했고, 18일에는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과 공동 건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민 반발이 거센 공시가격 산정 이슈를 주도하며, 대권 잠룡으로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와 국회에 결정권이 있는 부동산 세금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20일 종합부동산세의 지방세 전환과 100% 공동 과세를 정부에 건의한 데 이어, 28일 25개 구청장에게 재산세를 낮추는 방안을 강구하자고 요청했다. 정치권에서 재산세 완화 방안이 산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재산세 비중이 큰 서울시가 구청장과 의견을 모아 재산세 감경을 건의할 경우 힘이 실릴 수 있고 오 시장의 역할론도 주목받을 수 있다.

오 시장은 도심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한 방안으로 내부 조직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주택 공급 중심의 건축 기능을 키우고 도시재생 관련 조직을 축소하는 게 골자다. 주택건축본부를 ‘주택정책실’로 격상하고, 도시재생실과 지역발전본부를 합친 ‘균형발전본부’가 새로 출범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정책 원칙 정립해야”=전문가들은 오 시장의 부동산 행보에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본격적인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앞서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해 시장심리 잠재우기를 시도했다는 점을 평가했다.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지라도 투기 수요 유입을 차단하는 데에는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시장교란행위가 적발된 단지에 재건축사업 후순위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경고 메시지도 단순한 속도조절 이상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공약이었다고 해도 지난 10년간 눌려 있던 재건축·재개발을 댐에 고인 물을 방류하듯 한 번에 풀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템포와 완급을 조절하는 행보를 보인 것은 잘한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 규제 완화와 집값 안정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다가 자칫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읽힐 수 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스피드가 신중으로 바뀌었고 정책 중심을 잃은 채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보기엔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취임 한 달이면 재건축·재개발 추진에 대한 큰 원칙은 어느 정도 정립돼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그림이 그려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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