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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로 위축된 ‘각막기증’, 정진석 추기경이 불씨 되살릴까[촉!]
올해 1분기 장기기증 희망자 1.4만명 그쳐
작년 사후 각막기증 실천 26건 불과
뇌사 포함 각막기증, 전체 사망자의 0.05%
김수환 추기경 때처럼…“선종 후 문의 늘어”
“의사 아니라도 채취 가능하게 법 개정해야”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마련된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조문하는 모습. [사진공동췾단]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고(故) 정진석 추기경이 선종 직후 각막을 기증하는 등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나눠주고 영면에 들면서 그의 뜻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됐던 각막 기증 문화의 확산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3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과 유관 기관 등에 따르면 국내 장기 기증(각막 포함) 희망자는 2019년 9만350명에서 2020년 6만7160명으로 26%(2만3190명) 감소했다. 올해 1~3월 신규 장기기증 희망자도 1만4595명으로, 연간 희망 등록자가 6만명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로 대면 캠페인이 중단되면서 장기 기증을 홍보하기 어려워진 영향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사후 각막 기증은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사후 각막 기증 약속을 실천한 사례는 26건에 그쳤다. 뇌사자를 포함한 각막 기증은 144건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연간 사망자(30만5127명) 중 0.05%도 안 되는 비율이다.

뇌사자를 포함한 각막 기증은 2016년 586건에서 2017년 357건으로 줄어든 이후, 2018년 323건, 2019년 306건 등으로 최근 4년간 감소세를 보였다. 미국에서 2019년에만 8만5601건의 각막기증이 이뤄진 것과 대조된다.

국내 장기 기증 희망자 추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제공]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막 이식은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의 한 각막은행에서 들여온 각막이 500개 정도 된다”며 “미국에서 공급받는 데 건당 300만원 정도 비용이 드는데, 국내 각막 기증이 늘면 이런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선종 후 연구용으로 각막을 기증하고 떠난 정 추기경의 선한 영향력에 대한 기대 역시 커지고 있다. 앞서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기증을 약속하고 선종한 2009년에는 장기 기증 희망자가 전년(2018년) 7만4018명에서 18만3370명으로 급증한 바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관계자는 “추기경 선종 후 각막 기증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 고양시 일산 지역에 거주하는 주부 A(40) 씨는 “정 추기경의 각막 기증 뉴스를 보고 관련 기관에 절차 등을 문의했다”며 “내가 죽더라도 누군가에게 빛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 유관 기관들과 만나 각막 등 장기 기증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각막 기증 확대를 위해 미국처럼 의사가 아니더라도 소정의 교육을 이수해 자격을 갖추면 각막을 채취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대 국회에서도 각막을 인체조직으로 분류해 조직은행을 통해 효율적으로 채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오제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발의가 있었지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의 주례로 정 추기경에 대한 추모미사가 열렸다. 오전 11시에는 정 추기경의 묘소가 있는 경기 용인 천주교 용인공원묘원 성직자묘역에서도 추모미사가 예정돼 있다. 가톨릭교회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관습을 따라 삼우제 격인 추모미사를 봉헌한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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