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도-러시아 2+2회담 추진…미·중에 각각 '의미심장' 메시지
인도, 미국에 자국 자치권 강조 효과
러시아, 중국에 '인도는 별개' 각인
수십년간 인도에 무기 팔던 러시아
최근 인도의 친미 성향에 가슴앓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대통령 관저에서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EPA]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인도가 러시아와 국방 및 외교장관의 '2+2' 회담을 추진하면서 인도는 미국에, 러시아는 중국에 각각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SCMP는 인도와 러시아가 '2+2' 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양국관계 증진의 효과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인도는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에 인도가 자치권을 가지고 있음을 어필하는 것이라는 전 인도 외교장관 칸왈 시발의 발언을 전했다.

미국이 그동안 인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자 여러모로 애써왔지만, 인도는 거기서 벗어나 독자적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신문은 러시아는 여전히 인도에 가장 많은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라면서 미국은 러시아산 무기의 인도 수출을 막고자 인도에 제재를 가하는 등 압박을 가해왔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번 회담은 러시아가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됐다.

러시아는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인도에 첨단 무기를 지속적으로 팔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인도와의 국경 경계설정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군사적으로 충돌한 바 있다.

칸왈 시발 전 인도 외교장관은 "러시아가 중국에 보낸 신호가 중요하다"면서 "이는 친밀한 중러관계가 러시아와 인도 관계를 저해할 수 없다는 러시아식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의 외교관계는 중국과 무관하게 별도로 추진된다는 의미도 있다"면서 "러시아는 앞으로도 인도에 지속적으로 첨단 무기를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 직후 트위터에 러시아와 '2+2' 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이번 회담은 인도와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더 강한 동력이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한 푸틴을 "친구", 이날 통화에 대해 "최고였다"(excellent)고 표현했다.

이번 회담은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목적 미국·호주·인도·일본 4개국 비공식 협의체 '쿼드'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인도 입장을 표명할 기회로도 여겨지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소재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의 알렉세이 쿠프리야노프 선임연구원은 "이번 회담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게 됐다"면서 "인도의 쿼드 참가로 인도가 러시아와 거리를 두려 한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인도가 해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미 인도대사를 역임한 인도 전직 외교관 나브테즈 사르나는 "다극체제화 되고 있는 국제 현실에서 인도의 행보는 합리적"이라면서 "중러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인도는 적절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인도와 러시아는 매년 양국을 번갈아가며 정상회담을 가져왔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상회담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인도 뉴델리 소재 싱크탱크인 옵저버리서치재단(ORF)의 난단 운니크리쉬난 선임연구원은 "이번 회담은 개최 시기를 한참 지났다"면서 "수개월간 개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도는 쿼드 국가들과 '2+2' 회담을 이미 가졌다. 러시아와 갖는 이번 회담은 인도가 쿼드 국가들 외 국가와 갖는 첫 번째 '2+2' 회담이다.

2017년과 2018년 주중 인도대사를 지낸 가우탐 밤바왈레는 "이번 회담은 인도 입장에서 러시아의 관계가 쿼드 국가들과의 관계만큼 중요하다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번 회담으로서 인도-러시아 관계는 중러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중국에 각인시켜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SCMP는 인도는 지난 수십년간 러시아 무기를 구매하며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유지했으나, 최근 인도가 미국 등 다른 나라 무기를 구매하면서 러시아에서 우려가 커져 왔다고 전했다.

soo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