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심평원 전산망 활용해 출산정보 보내
이 이야기들은 취재팀이 ‘유령아이’ 353명을 취재하면서 파악한 사례다. 우리나라에 태어나는 신생아를 모래 한 줌이라고 치면,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은 손가락 틈새로 빠지는 모래알과 같다. 틈을 좁히자는 목소리는 최근 10년 사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그럴 때마다 ‘출생통보제’가 대표적인 대안으로 꼽혔다. 의료기관(산부인과)이 신생아 출산 사실을 공공기관에 직접 알리는 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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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달 발의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 초안을 작성해서 이달 초 관련부처(보건복지부, 법원행정처)에 공유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병원이 아동의 출생 사실과 기본 정보를 국가기관(가족관계등록관서)에 송부하는 근거가 담기는 것이다. 물론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더라도 부모가 직접 출생신고 하는 현행 방식은 유지된다. 출생의 사실이 두 가지 방식으로 집계돼 대법원 가족관계등록 시스템에 최종적으로 집계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출생사실을 크로스체크(대조분석)할 수 있게 되고, 신고가 누락되는 아동을 파악할 수 있다.
이미 국회에서 여러 의원들이 출생통보제를 반영한 가족관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법무부가 마련한 초안에는 부모가 일정기한 안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사례를 확인하면 국가기관이 직권으로 아동을 출생등록하는 조문도 들어간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김민지 사무관은 “복지부와 법원행정처에서 필요한 예산을 파악했고 기술적인 부분만 확정되면 법안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며 “가정의달인 다음달에 입법예고하면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대로 출생통보제가 법적 근거를 갖출 것인지 단언할 순 없다. 현실에서 제도를 운영하려면 기술적인 방식이 확정 되어야 한다. 병원이 ‘어떤 방식’으로 출생사실을 국가기관에 통보하느냐의 문제다.
이 대목은 그간 복지부가 고민해 왔는데 일단은 각 병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이를 연결하는 기존 전산망을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시스템 ▷심사평가정보 제출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심평원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은 그간 의료계가 정부에 줄곧 요구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현재 심평원은 활용할 수 있는 전산망 가운데 출생통보제에 활용하기 적합한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게 확정되어야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에 병원이 출생 사실을 알릴 때 입력해야 하는 정보의 범위(아동의 성별, 출생일시, 보호자 정보)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된다.
손문금 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가장 효율적으로 (출산통보제를) 운영할 방법을 고민했다”면서 “앞으로 건강보험기본법에 명시된 심평원의 역할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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