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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정희의 감성여행] 세계 5대 미래도시, 송도

일상에 지쳐 쉬고 싶을 때, 잡념 없이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아무런 계획 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이 나는 참 좋다. 떠나기 전 서점에 들러 새로 나온 책들을 둘러본다. 
새로 쓰여진 책들은 시대를 읽는 트렌드이다. 사실 여행을 떠날 시간이 없다면 서점에서 몇 시간씩 책을 살펴보고, 읽고 싶은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나오기도 한다. 책을 펼치면 상상의 나래 속으로 빠져들어 책이 안내하는 시대와 장소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최근 발간된 내 책 <두메꽃>을 집어들었을 때는 약간의 설렘을 느꼈다. 기나긴 시간의 칩거 속에 태어난 내 책이 한 권 한 권 늘어간다는 기쁨은 사실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벅차다. 물론 독자들의 평가가 두렵고 떨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허송세월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란> 책을 꺼내 잠시 펼쳐본다.

여행자는 여행을 계획할 때 자신의 관심에 따라 갈 곳, 볼 곳, 할 것, 먹을 것 등을 선택한다. 그런데 타인과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타인의 취향도 고려해야 하므로 내 관심사만 내세울 수 없다.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서점을 나와 본격적으로 송도를 둘러본다. 송도는 인천시 남구 옥련동에 있으며 원래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지만 간척지 조성 과정에서 육지로 변한 곳이다. 송도와 청량산 사이에는 안으로 휘어진 만입부가 1936년에 유원지로 개발되면서, 월미도와 함께 인천의 대표적 해수욕장이 들어서게 되었다. 한국동란 이후 군용지로 되었다가 1958년에 해제되고, 도시의 팽창 과정에서 새로운 면모를 갖춘 유원지로 재개발되었으며, 송도의 등대는 항구의 상징물이 되고 있다.

송도에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연수구 인천타워대로 238번지에 있는 인천도시역사관이다. 인천은 1883년 개항 후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로 시작하여 13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다양한 변화와 확장을 거쳐 지금은 전국 8대 광역시 중 가장 넓은 면적에 300만 인구의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도시로 성장해 왔다.
지난 2009년 8월에 개관한 인천도시역사관은 글로벌 도시 마케팅 개념을 적용하여 인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은 처음에 문을 연 당시 인천의 도시계획 역사를 전시하는 ‘인천도시계획관’으로 시작하였으나 그해 10월 ‘컴팩트스마트시티’로 관명을 변경하였고, 이후 2014년 1월 인천광역시립박물관에 인수되어 2017년 12월 ‘인천도시역사관’으로 관명을 변경하였다.
공간은 크게 1층 근대도시관과 2층 인천 모형관, 그리고 3층 인천경제자유구역 모형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에는 신진자동차에서 1968년식 ‘크라운’과 1970년식 ‘코로나’ 자동차의 실물이 전시되어 있다.
역사관 2층은 현재 인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인천의 지리를 모형으로 제작하였고 3층은 인천경제자유구역 모형도가 있다. 인천 시내와, 강화·영종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모형도는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인천의 역사와 변화과정을 다양한 실물 자료와 모형을 통해 보니 마치 그 시절의 거리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오면 교육적으로 상당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 인천 연수구에 있는 ‘자연과창의성(주)’(대표 이현경)에 들렀다. 지난 2014년에 설립한 ‘자연과창의성(주)’은 천연염색 제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아울러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이곳은 천연염색 원단을 사용한 스카프와 의류 등을 제작해 판매하거나 대여하고 있는데 아토피를 방지하는 천연염색 원료를 사용한 제품도 있고, 땀을 흡수하고 냄새를 억제하는 기능성 스카프도 있다.

‘자연과창의성(주)’의 이현경 대표는 대학원 시절 전공을 살려 한복 사업을 시도했으나 값싼 중국 시장에 밀려 사업 아이템을 천연염색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또 천연염색으로 디자인뿐 아니라, 천연염색 재료의 효능을 활용해 사람 몸에 더 이로운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천연염색 명인협회’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저는 원래 석사 때 염색을 전공했습니다. 사람들은 염색을 그저 천연염색으로만 알고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우리 선조들이 이어온 천연 약재 염색입니다. 입어도 인체에 전혀 해가 없고 오히려 몸에 좋은 약재가 들어 있는 옷이라고 보면 좋습니다.”
“한복을 입으면 여성으로서의 단아함과 갖추어야 할 예의 등 몸가짐을 조심스럽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맞습니다. 외국 아이들에게도 한복을 입히면 태도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예절을 가르치는 데 아주 좋습니다. 옷만 바꿔 입었을 뿐인데 옷에서 예의를 느낄 수 있는 위엄을 갖춘다는 것이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윤여정 배우가 미나리로 해외에서 큰상을 받았는데 작품 촬영이 끝난 후 작가들이 큰절을 올렸다고 합니다. 이처럼 옷에서 예의를 느낄 수 있는데 옷을 만드는 입장에서 그 점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국내는 물론 베트남, 프랑스 등 해외 패션쇼에 직접 제작한 한복을 협찬하며 전통 천연염색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뉴욕 패션 공과대학(F.I.T)과 유럽 파리 대학교에서 천연염색 기술을 가르쳐달라는 제안이 오기도 했지만, 대학에서 기술을 가르치면 한국 고유의 천연염색 노하우가 유출되기 때문에 고사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골라준 열매와 풀로 염색한 붉은 빛이 도는 스카프를 목에 둘러보았다. 자연에서 나온 색깔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고 촉감이 좋은 스카프였다. 정말 사고 싶은 스카프였는데 전시용이라 두고 온 점이 아쉬웠다. 다음에 다시 시간을 내서 옷도 한 벌 맞추고 지인들에게 선물할 스카프도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이 대표가 소개한 ‘더카페쿠키’로 자리를 옮겼다.

‘더카페쿠키’는 7가지 천연 밀가루로 예쁘고 앙증맞은 쿠키를 만들어 파는 곳이다. 이곳은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무농약 우리 밀, 국내산 우유 버터, 천연가루를 사용한 프리미엄 수제 쿠키와 쿠키 반죽)와 만들기 체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인장인 손지연 대표는 10여 년 전 아토피가 심한 딸을 위해 건강한 재료로 직접 쿠키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좋은 재료의 쿠키를 직접 만들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쿠키 만들기 체험카페도 문을 열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먹거리가 흔치 않아서 고구마, 감자, 옥수수를 삶아 먹었고 지금처럼 간식도 흔치 않았다. 그래서 라면땅 한 봉지만 손에 있어도 참 행복했었다. 그런데 요즘 간식은 지천으로 널려있고 그나마 달거나 짠맛 등 자극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건강에도 별로 좋지 않다. 그런데 이곳에서 먹어본 수제 쿠키는 맛이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것이 장점이었다. 특히 커피와 먹으니 궁합이 잘 맞아 더 좋았다.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를 만끽하고 맛있는 건강한 쿠키를 먹으니 힐링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틀에 맞추어 쿠키를 만들고 자신이 직접 만든 쿠키를 구워서 먹어보는 체험을 하고 있었는데 생긴 모습은 장인이 만든 쿠키와 비교가 되지 않게 예쁘지 않지만, 잘 구워진 쿠키를 받아든 그 모습만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모습이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다.
하루의 여정을 마치고 ‘오라카이호텔’에 짐을 풀었다. ‘오라카이호텔’은 특급호텔에 걸맞은 다양한 시설과 객실용품, 품격 있는 서비스를 갖추고 있었다. 창밖 뷰는 송도센트럴파크 쪽인데 특히 야경이 아름다웠다. 센트럴파크를 도보로 방문할 수 있으며 한눈에 펼쳐진 평화로운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자연의 미를 갖춘 공원 내에서는 1.8 Km에 달하는 해수로를 따라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산책을 하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도 있고, 수로를 따라 운행하는 수상택시를 타는 여유도 가질 수 있다.
호텔에서 도보로 5분 정도의 위치에는 국내 최신의 시설을 갖춘 컨벤션센터 중 하나로써 미래의 디자인과 첨단 기술을 갖춘 송도경제신도시의 대표 건축물, 송도컨벤시아가 자리하고 있다.

언제든 훌쩍 일상을 벗어나 나를 찾으러 떠나는 여행을 해보자. 미리 계획되어도 좋고 계획되지 않은 여행이어도 좋다. 일상에서는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시도조차 못 하지만 사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송도는 위치가 가까워 마음만 먹으면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곳이다. 오늘 당장 핸드백에 책 한 권 넣어 훌쩍 떠나보자. 내가 내 책을 추천하는 것이 조금 쑥스럽기는 하지만 <하얀민들레>, <묵호댁>, <두메꽃> 등 삶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책과 함께 떠나는 것도 권하고 싶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다리가 아프면 낯선 카페에서 잠시 쉬며 가지고 온 책을 읽는 여유, 혹은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머리를 식혀보자.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아마도 바쁜 일상을 새롭게 살아낼 힘을 비축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전정희 작가>

re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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