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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진의 현장에서] ‘비트코인’에 빠진 2030, 손 놓은 당국

지난 1월, 기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4700만원일 때 소액 투자를 감행했다. 급등락에 개의치 않고 ‘테슬라 한 대 살 수 있을 때까지 장기 투자해보자’는 굳센 다짐이었다. 하지만 곧 다짐은 깨졌다. 비정상적으로 급등락하는 가격을 보니 놀랍고 불안했다. 틈틈이 수익을 본 만큼 매도를 진행해 다행히 급락 전 치킨값 정도를 벌었다.

24시간 지속되는 장, 하루에 수십퍼센트씩도 출렁이는 가격이 겁나긴 했지만 투자는 주식보다 쉬웠다. 호재나 악재가 분명한 데다 주식보다 직관적이고 투자접근성도 낮았다. 결과적으로 ‘단타’도 아니고 ‘장투’도 아니었지만 대단한 전략 없이도 수익을 볼 수 있는 시장처럼 보였다. 비트코인으로 “돈 복사”한다는 20·30세대의 말이 씁쓸하면서도 ‘가능할 수도 있겠네’라는 위험한 생각이 밀려왔다.

젊은 세대들은 이처럼 경험 삼아서든, 혹은 재미 삼아, 더 절박하게는 계층이동의 마지막 사다리로 너도나도 코인판에 뛰어들고 있다.

‘돈 놓고 돈 먹기’가 아무렇지 않은 코인 놀이터는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중독 증세부터 사기 피해는 물론, 코인이 급락할 때마다 들려오는 20·30세대의 곡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블록체인 본질과 한참 멀어진 현실 속에 투기판의 사각지대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향후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닌 게 분명하다.

그래서 최근 보이는 금융 당국의 자세는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암호화폐에 투자해 손실이 난 것까지 정부가 보호할 순 없다”며 가상자산이 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코인들은 급락했고, 투자자들의 원성은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버블이 과해지자 선제적인 조정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전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흐름인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를 애써 외면한 태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현실적인 투자자 보호 방안으로 떠오르는 코인 상장 요건 강화, 입·출금 중단이나 서버 장애로 인한 손실에 코인거래소의 배상 책임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당국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야만 가능한 조치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뤄진 가상자산 과세 움직임은 투자자들의 분노를 극에 달하게 했다. 지난해 12월 소득세법 개정에 따라 투자자들은 내년부터 거래로 얻은 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가상자산의 법적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세금부터 매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는 이유다.

뒤늦게 정치권에서는 관련 논의에 착수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상화폐를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미 역행할 수 없고 커질 대로 커진 시장의 안정화·양성화·제도화를 위한 장기적 플랜을 마련해, 불나방처럼 뛰어든 투자자들에게 건강한 게임의 룰을 제시해야만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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