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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너무 정확한 건 믿지 마세요”

정비(재개발·재건축)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 시작은 창대하다. 주민은 넓어진 새 아파트를 갖게 되고 집값도 큰 폭으로 뛸 것으로 기대한다. 집주인들을 설득해 조합원만 모으면 금방 끝날 것 같다. 7년이면 사업이 마무리된다거나 심지어 5년 안에 새 아파트에 입주하게 하겠다고 장담하는 경우도 흔했다. 재건축 아파트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강남구 은마아파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은 모두 2000년대 초반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직도 그대로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전 추진위를 설립한 서울 시내 91개 정비사업지역 중 60%(54곳)는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 진행 중인 정비사업 643구역 중 사업이 완료된 곳은 고작 80곳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재건축은 정비구역지정 후 준공까지 10.2년, 재개발은 10.6년이 각각 소요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 기간이 길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달라진 시장 상황과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사업성 변화, 주민 동의 미달 등이다. 정비사업을 대부분 찬성할 것 같지만 굳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집주인도 꽤 된다. 분담금(공사비 등 조합원이 내야 할 돈)이 부족하고 이주 등을 번거로워하는 사람도 많다. 조합원 동의서를 절반 정도까지 모으는 건 얼마 걸리지 않지만 법적 기준인 75%를 채우는 건 쉽지 않다. 고령 집주인이 많은 지역은 주민동의서 10%포인트 더 받는 데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성이다. 조합원 수익률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사업성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층고 제한, 용적률 기준 등 정비사업 환경에 따라 일반분양이 얼마나 생기냐다. 일반분양이 많아져야 조합원이 내야 하는 분담금이 줄고 정비사업 이후 조합원이 누릴 수 있는 시세차익이 늘어난다.

간단히 말해 정비사업을 한 이후 높아진 집값이 현재 집값과 조합원 분담금을 더한 금액보다 커야 사업성이 있다. 현재 5억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집주인이 3억원의 비용(분담금)을 들여 재건축을 했는데, 준공 후 10억원이 됐으면 2억원 시세차익이 생기므로 사업을 추진할 만하다.

그런데 이런 사업성을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 무수한 가정을 통해 추측하는 공상소설에 가깝다고 터놓는 건설사 관계자도 있었다. 생각해보라. 10년 후(평균 정비사업 기간) 준공할 때 집값이 어떻게 될지, 일반분양가를 얼마로 정할지, 금융비용은 얼마나 늘어날지, 정부 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일반분양분이 얼마나 될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세금 부담은 얼마나 될지 등을 예측해야 한다. 가능한가?

‘64.4%’. 정부가 ‘주택 공급 방안 2차 선도사업 후보지’로 서울 강북 등 역세권, 저층 주거지 등 정비사업 대상 13곳, 1만3000가구를 추가로 선정하면서 공개한 토지주들의 평균 수익률이다. 민간 수익률 36.2%보다 28.2%포인트 증가해 공공을 사업을 추진하는 게 효과가 훨씬 크다고 했다. “너무 디테일해서 오히려 믿을 수 없다.” 모 건설사 재건축 담당자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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