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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원숭이 세포 결합해 新인류 탄생? ‘키메라’ 논란 가열
"인간과 원숭이 세포의 키메라 배양, 획기적 발전"
"인간 세포가 동물에 주입돼 성장하면 대책 없어"
세포 배양 관련 정치적, 윤리적 논란도 뒤따라
원숭이가 줄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인류가 인간 줄기세포를 원숭이 배아에 주입해 종간 혼합 배아인 '키메라'를 이달 초 최초로 만들었지만, 과학이론의 문제와 윤리 문제 등 인간 세포를 활용한 연구가 제한되는 국제 풍토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신문은 인간과 원숭이의 키메라 배양 성공은 과학적으로 크나큰 성취라는 학계의 평가와 인간 세포를 활용한 연구의 위험성과 논란 등을 함께 전했다.

듀크대의 생명윤리학자 니타 파라하니는 "이번에 성공한 인간과 원숭이 세포의 키메라 배양은 과학적으로 획기적 발전"이라면서 "책임감 있는 진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올바른 길은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는 숙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서는 암을 연구하기 위해 인간 암세포를 쥐 세포와 결합시킨다거나 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연구를 위해 인간의 면역체계를 쥐와 결합시키는 등 키메라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줄기세포를 인간과 같은 영장류인 원숭이에 주입해 배아를 만들었다는 것이 기존 키메라 연구와 차별점이다.

미국 솔크 생물과학연구소 유전자발현 실험실의 후안 카를로스 이즈피수아 벨몬테 교수가 중국 쿤민이공대학 동물학연구소장 지웨이지 교수가 참여한 미중 공동 프로젝트로, 중국 쿤민이공대가 원숭이 배아를 채취해 체외에서 장시간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 이번 연구의 발판이 됐다.

미중 연구팀은 마카크 원숭이의 배아를 채취하고 6일 뒤에 인간의 '유도만능세포주'에서 뽑아낸 세포 25개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이 마카크 배아에 인간 세포를 주입하고 하루 뒤 132개 배아에서 인간 세포를 포착했으며, 10일 뒤 103개의 키메라가 크는 것이 확인됐다.

이후 생존율이 줄어들기 시작해 키메라는 19일간 생존하고 말았지만, 인간 세포는 배아가 성장하는 동안 높은 비율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인간과 돼지 잡종 배아를 만드는 연구도 진행했던 이즈피수아 벨몬테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인간 세포가 돼지 세포 등 다른 동물보다는 원숭이 세포와 훨씬 더 잘 결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WSJ는 이 시점에서 키메라 연구는 딜레마에 직면한다면서 인간 세포가 동물 배아에 주입돼 성장할 경우, 그 배아가 어느 방향으로 갈 지 제어할 수 없다는 과학계의 한계를 지적했다.

관련 연구의 국제 감시 활동에 관여하는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생명윤리학자 현인수는 "이러한 논란은 과학의 이론적 문제"라면서 "키메라가 성장하면 뇌나 심장 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러 신체 기관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저널은 아직까지 과학자들이 인간 세포를 이용해 특정 신체 기관을 만드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인간 세포가 포함된 키메라가 성장할 경우, 이는 과학계에서 허용되지 않는 분야여서 더 진전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 실험도 배아는 생존 20일째에 폐기됐다.

앞서 2014년 미 로체스터대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실험용 쥐에 인간 뇌 세포를 주입하자 1년 뒤 인간 세포가 쥐의 뇌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고, 해당 쥐는 기억력이나 인지 능력에서 훨씬 높은 능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인수 생명윤리학자는 "그런 식으로 키메라가 실험용 동물을 순식간에 인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도 오랜 논란의 역사를 갖고 있다.

2006년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인간과 동물 세포의 혼합체를 만드는 것은 의학 연구에서 가장 말도 안 되는 연구력의 남용"이라면서 이러한 시도를 혹독하게 비판했다.

현재 세계의 7개 국가가 관련 연구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5년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인간의 줄기세포를 동물 배아에 결합시키는 연구 지원을 중단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분위기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NIH는 다음달 줄기세포 연구 관련 업데이트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달 배아 조직 연구 관련 제한을 해제한 NIH는 다음달 새로 발표되는 가이드라인에서 인간과 영장류간 키메라 연구 관련 내용을 변경할 것으로 알려졌다.

키메라 개발에 따른 윤리 논란 또한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벨몬테 교수는 인간과 원숭이의 키메라 배양 성공을 발표하며 윤리 논란과 관련해 "윤리적, 법적, 사회적 지침에 따라 사려 깊게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과학자로서 우리들의 책임"이라면서 "연구소 차원과 독립적인 생명 윤리학자들이 참여한 상태에서 윤리 자문과 검토를 받았으며, 이런 철저하고 상세한 과정이 실험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 대상으로는 특정 형태의 실험을 할 수 없어 인간의 생리와 질병을 더 잘 연구하고 이해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면서 "실험 생물학의 중요한 목표는 생체 내에서 인간 질병을 연구할 수 있는 모델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영장류 관련 연구가 제한적이지만, 중국에서는 2011년 영장류 질병 모델을 만들어낸다는 목표 아래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대조적이다.

중요한 기술적 장애물이 남아 있지만, 중국에서는 세포 복제, 유전자 조작을 통한 영장류 육성 등을 담당하는 배아 공학기술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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