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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요양병원 보호자들이 ‘감염병 전담기관’ 지정에 발끈하는 이유[촉!]
‘감염병 전담기관’ 두고 행복요양병원 보호자들-서울시 간 대립
보호자들 “애초 법규상 요양병원은 ‘감염병 관리기관’ 대상 아냐”
서울시 “감염병 위기시에는 다른 의료기관도 ‘감염병 관리기관’ 지정”
보호자대표회 “서울시가 개정안 내…현행 법리 문제 자인” 주장
지난 2월 6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 앞에서 환자 보호자들이 ‘강제퇴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에 대한 ‘감염병 관리기관’ 지정을 두고, 서울시와 행복요양병원 환자 보호자 가족들 간 의견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행복요양병원에 ‘감염병 관리기관’ 역할을 하기 위한 실행 계획을 오는 8월 말까지 내놓으라고 한 상태이고, 환자 보호자들은 애초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는 병원을 상대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25일 행복요양병원 등에 따르면 앞서 지난 1월 8일 서울시는 행복요양병원을 ‘감염병 관리기관’ 으로 지정하고, 2월 4일부터 14일까지 요양병원 환자들을 퇴원시킨 뒤 같은 달 15일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입원시키라고 병원 측에 요청했다. 이에 “260여 명에 이르는 환자 상당수가 고령의 중증 환자이기 때문에 강제 퇴원할 수 없다”며 보호자들이 반발했고, 이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과 서울시는 강제퇴원 방침을 철회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다시 입장을 바꿔 지난 3월 16일부터 강제퇴원과 전원(轉院·다른 병원으로 환자 이송)을 요구했고 환자 보호자들이 다시 반발하자, 오는 8월 31일까지 행복요양병원이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서 어떻게 대처할지 계획을 발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법규상으로는 ‘감염병 관리기관’ 이라는 용어가 정의돼 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 용어를 바탕으로 법규에 없는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이라는 병원 유형을 ‘감염병 관리기관’ 의 한 종류로 만들었다. 행복요양병원은 ‘감염병 관리기관’ 이자,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된 상태다.

보호자들 “법규상 요양병원, ‘감염병 관리기관’ 대상 아냐”

환자 강제퇴원·전원을 거부하는 행복요양병원 환자 보호자들은 애초에 이 병원을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한 것 자체가 현행 법규에 어긋난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제36조)은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제28조)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의료법(제3조)에 따른 의료기관’을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행복요양병원이 ‘감염병 관리기관’ 이 될 수 있는지 볼 때는 두 가지를 따져야 한다.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종류와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이다.

먼저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에는 ‘의원’, ‘치과병원’ 등 여러 종류의 병원이 나열돼 있다. 그런데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에서는 다시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중 ‘병원’과 ‘종합병원’ 중에서만 ‘감염병 관리기관’을 지정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행복요양병원 같은 ‘요양병원’도 ‘병원’의 종류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종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애초부터 ▷요양병원 ▷의원 ▷치과의원▷한의원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정신병원 ▷종합병원, 아홉 종류의 병원만 적시돼 있다.

즉 이 아홉 종류의 병원 중에 이미 ‘요양병원’이 명시돼 있지만, 이 ‘요양병원’을 제외하고 ‘병원’과 ‘종합병원’에서만 ‘감염병 관리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고 한 규정이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의 내용인 것이다.

환자 보호자들은 “애초 ‘요양병원’을 제외하고 ‘병원’과 ‘종합병원’에만 ‘감염병 관리기관’을 지정하라고 한 규정이 있는데, 왜 행복요양병원과 같은 요양병원을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했냐”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월 5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 모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
서울시 “감염병 위기시에는 ‘감염병 관리기관’ 지정 가능”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행복요양병원에 대한 ‘감염병 관리기관’ 지정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입장을 이해하려면 평상시와 감염병 위기 시를 나눠 생각해야 한다. 서울시는 행복요양병원 보호자들의 법리 해석은 평상시 ‘감염병 관리기관’을 정할 때나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최근 같이 코로나19 전염으로 인한 감염병 위기 시에는 평상시와 다르게 감염병예방법 법리를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염병예방법 내 또 다른 조항(제37조)에는 평상시가 아닌 감염병 위기시에 따른 ‘감염병 관리기관’ 선정 방식이 규정돼 있다. 이를 보면 ‘지정된 ‘감염병 관리기관’만으로 감염병 환자등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같은 법 제36조에서 정한)‘감염병 관리기관’이 아닌 의료기관을 일정 기간 동안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즉 감염병 위기 시에는 ‘병원’과 ‘종합병원’이 아닌 병원도 ‘감염병 관리기관’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추가로 최근 입법예고한 개정안을 통해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상에서도 감염병 위기 시에는 ‘병원’과 ‘종합병원’이 아니어도 ‘감염병 관리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보호자 자문’ 김앤장 “시행규칙 개정안, 법리 모순 많아”

그러나 이에 대해 행복요양병원 보호자들 측은 “법리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보호자들이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자문받은 의견서를 보면 ‘서울시의 법리 해석에 모순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의견서에서는 감염병예방법(제36조)에서 왜 ‘병원’과 ‘종합병원’만을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했는지 따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병원’과 ‘종합병원’만이 다른 병원과 달리 감염병 대응과 응급 상황 대처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요양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등은 애초부터 감염병 치료에 필요한 시설이나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행복요양병원 역시 감염병 치료 전문 시설과 인력을 구비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무리하게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앤장 측은 “감염병 위기 시에 ‘병원’과 ‘종합병원’이 아니어도 ‘감염병 관리기관’이 될 수 있다고 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병원’과 ‘종합병원’이 아닌 어떤 병원이든 ‘감염병 관리기관’이 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병원’이나 ‘종합병원’ 중에서 아직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되지 않는 곳이 있다면, 그곳을 우선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앤장 측은 입법예고된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 개정안도 문제라는 지적한다. 서울시가 감염병 위기 시에는 ‘병원’과 ‘종합병원’이 아니어도 ‘감염병 관리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개정안을 내놨는데, 이는 상위 법인 감염병예방법의 취지(병원이나 종합병원 중에서 아직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되지 않는 곳이 있다면, 그곳을 우선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하라는 것)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앤장 측은 “서울시의 시행규칙 개정안대로 하면, 감염병 발생 시 의료기관, 병원, 환자, 보호자 등이 모두 어떤 의료기관이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될지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진다”며 “만약 자의적으로 어떤 의료기관이든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다면, 이는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를 근거로 행복요양병원 보호자대표회는 “최근 진행되는 입법예고에서도 알 수 있듯 현행 법령상으로는 요양 병원의 ‘감염병 관리기관’ 지정이 명백하게 불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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