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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서울시 평행선인데…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될까 [부동산360]
오세훈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선 건의
정부 “집값 불안 우려” 선긋지만, 내부 기류 변화도
전문가들 “주거 불편 반영해야…공급 확대 시급”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1단지 아파트에 안전진단 탈락에 항의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 사업의 첫 단추인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정부에 공식 요청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집값 불안과 무분별한 재건축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다만 4·7 재보선에서 확인된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는 차원에서라도 민간 재건축을 마냥 규제할 수는 없다는 내부의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전향적인 정책 전환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오찬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하고 국토교통부에 공식적으로 건의안 공문을 발송했다.

건의안에는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현행 50%에서 30%로 줄이고 주거환경, 설비노후도 등 주민 실생활과 관련된 사항의 배점을 높이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 기준은 주차나 층간소음 같은 주거환경, 설비노후도 등 주민 실생활에 관련된 사항보다 구조안전성에 중점을 두면서 안전진단 통과가 어렵도록 만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중치가 구조안전성에 지나치게 치중돼 사실상 재건축을 가로막는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 간담회를 열기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직접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

실제 역대 정부는 안전진단 기준을 재건축을 풀거나 조이는 규제책으로 활용해왔다. 특히 기울기, 기초 침하, 내하력(하중을 받칠 수 있는 능력), 내구성 등 건물의 노후화를 평가하는 항목인 구조안전성의 가중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재건축 시장을 확대하거나 축소했다.

구조안전성 가중치는 안전진단 제도 도입 당시인 2003년 45%였으나 노무현 정부 막바지 50%로 확대됐고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쳐 20%까지 내려갔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3월 이를 다시 50%로 높였다. 당시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기준은 아파트가 허물어지는 상황이 아니면 통과하기 어렵다고 볼 정도”라며 “주택공급 문제뿐 아니라 서울시 전체의 노후화 측면에서도 재건축은 필요한 상황이다. 주거불편 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안전진단 기준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도 문 대통령은 오 시장의 건의에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 할 수 있다. 그러면 낭비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오 시장의 취임 이후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는 등 재건축발(發) 집값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안전진단 기준까지 완화할 경우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공공 재개발을 추진하지만 민간 재개발을 억제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안정 조치만 담보되면 얼마든 가능하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거절 메시지로 읽히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정부가 공공 주도의 정비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다. 민간 재건축 확대 분위기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2·4공급대책이 추진력을 잃을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서울시의 상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공급을 해나간다는 시그널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며 “현재 안전진단에 막힌 재건축 단지가 많은데 안전진단 기준 완화가 (공급 확대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 규제의 수단으로 이용돼온 안전진단 기준을 객관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이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진수 건국대 도시및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선 연구’ 논문에서 현행 안전진단 기준과 관련해 “주민의 주거 불편과 안전에 대한 깊이 있는 고려없이 2017년 이후 서울 강남 재건축사업지를 중심으로 폭등한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재건축 규제 방안으로 개정해 또다른 사회적·경제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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