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미중 협력’ 촉구에...美 전문가 “韓, 과연 美 동맹인지 의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하고 있는 장면이 22일 공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보도된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거둔 성과의 토대 위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협상을) 더욱 진전시켜나간다면 그 결실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조 바이든 정부가 북미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한다면 ‘큰 실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 |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속한 북미대화 재개와 점진적·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동맹을 비롯한 다양한 의견을 들을 뒤 대북정책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21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의 북핵 해법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이같이 답변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국무부는 “바이든-해리스 정부는 북한이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에 점점 더 큰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옵션을 평가하는 등 대북정책에 대한 철저한 부처 간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는 미 정부와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 그리고 파트너국가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다른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통합한 체계적이고 상세한 대북정책 과정을 계속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한국 등 동맹의 의견을 청취하겠지만 미국이 이끌어간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국무부는 한미동맹에 대해선 “상호존중과 신뢰, 긴밀한 우호, 강한 인적 교류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가치 공유에 기반한 포괄적인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국은 강력한 교역관계,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협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 협력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상호 강화되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더욱 증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내달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 상춘재에서 지난 19일 가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북미가 조속히 마주앉는 것이 비핵화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 방안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든 뒤 이를 따라 북미가 서로 양보와 보상을 동시에 주고받는 점진적·단계적 해법을 제안했다. 또 미중관계 악화가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북한문제 등에서 미중 협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인터뷰를 둘러싸고 미국 내에서는 비판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후 접촉을 시도하는 등 미국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지난 2년 동안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했다면서 대화를 거부한 쪽은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문 대통령이 미중 협력을 촉구한 데 대해 우려했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문 대통령의 언급은 한국이 과연 미국의 동맹인지 의아하게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전략적 긴장관계를 아는 문 대통령이 동맹인 미국에 최대 적국인 중국과 협력을 촉구한 것은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의 진심을 의심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대원 기자